“매물 팔아주겠다”고 접근…‘업 계약서’로 보증금 띄우기 [전세사기 특별단속 중간결과]

국토부 수사의뢰 사례 보니

매도 희망가보다 높은 값에 계약 맺고
전세 세입자 유인해 거액 수수료 챙겨
불법중개·감정 혐의자 등 2895명 검거
피해자 2996명·의심 거래 2445억 달해
강서 833억 최다… 화성·부평·미추홀順
“불성실 중개 처벌 강화해야” 지적 나와

대검찰청과 경찰청, 국토교통부의 대대적인 특별단속을 바탕으로 10개월간 전국에서 2895명의 피의자가 검거됐다. 확인된 전세사기 피해자는 이보다 많은 2996명에 달했다. 전세사기 피해액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서울 강서구로, 전체 피해액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8일 범정부 전세사기 전국 특별단속 결과에 따르면 국토부는 부동산 거래신고 데이터와 전세피해지원센터 상담사례를 바탕으로 전세사기 의심자와 관심자 970명을 수사 의뢰했다.

 

황병주 대검찰청 형사부장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세 사기 기획 조사 결과 및 특별단속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부가 수사 의뢰한 의심 거래의 보증금 규모는 총 2445억원, 가구당 평균 1억8000만원이었다. 서울 강서구의 보증금 피해가 833억원(337건)으로 가장 컸고, 경기 화성시(238억원), 인천 부평구(211억원), 인천 미추홀구(205억원), 서울 양천구(167억원), 금천구(129억원), 구로구(119억원), 관악구(115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국토부가 수사 의뢰한 사례 중에는 이른바 ‘업계약서’를 활용해 전세보증금을 띄우는 수법도 확인됐다.

A중개사무소는 부동산 온라인 플랫폼에 매물을 올린 30대에게 접근해 팔아 주는 조건으로 매도 희망가인 1억7500만원보다 더 높은 2억원에 계약서를 쓰자고 제안했다. 이와 동시에 세입자를 유인해 2억원의 보증금으로 전세계약을 체결한 뒤 중간에서 2500만원을 수수료로 챙겼다가 적발됐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인공지능(AI)과 사회 연결망 분석 기법을 활용해 공인중개사, 임대인 등의 연결 고리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전세사기 위험을 감지하는 시스템 구축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국토부의 수사의뢰 등을 바탕으로 단속한 전체 전세사기 피해 금액은 모두 4599억원에 달했다. 1인당 피해금액으로는 2억원 이하(80.2%)가 가장 많았다. 연령별로는 20대∼30대가 과반(54.4%)을 차지했고, 주택유형별로는 다세대주택(빌라)·오피스텔이 83.4%로 압도적이었다. 시도청별로는 경기남부청 275건(651명), 서울청 137건(623명), 인천청 80건(389명) 순으로 수도권 및 대도시에서 많았다.

이번 단속에서는 불법 중개·감정 행위자가 대거 검거됐다. 대부분 공인중개사나 부동산 감정사였다. 앞서 지난 1월24일까지 6개월간 실시된 1차 특별단속에서는 불법중개 혐의로 250명이 적발됐고, 2차 단속에서는 불법중개 혐의로 236명, 불법감정 혐의로 45명이 검거됐다. 모두 합하면 전체 검거자의 18%인 총 531명이다. 이들은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사정을 알고도 중개했거나 전세사기 대상 부동산 감정평가액을 고의로 부풀린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부동산 거래 전문가들의 고질적인 불법 전세 관행이 전세사기를 부추긴다는 판단에 따라 이들에 대한 단속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일반인들이 공인중개사를 통해서 사실상 계약을 하는 만큼 공인중개사들의 불성실한 중개에 대해서는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공인중개사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으면 자격이 취소되고, 사안이 경미할 경우 6개월 이내 자격정지 된다.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징역형 외에 형법상 사문서 위·변조, 횡령·배임 등으로 금고형(집행유예 포함)이 선고됐을 때에도 공인중개사 자격을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개정안은 다음달 2일 시행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검사 구태연)도 이와 관련, 이른바 ‘1000채 빌라왕’으로 알려진 김모씨(지난해 10월 사망)의 공범인 전 법무사사무실 사무장 강모(46)씨와 부동산 중개보조원 조모(39)씨, 명의 대여자 변모(63)씨 등 3명을 사기 및 사기미수죄로 지난 7일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20년 6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수도권 일대에서 ‘무자본 갭투자’ 수법으로 피해자 277명으로부터 총 400억원 상당의 임대차 보증금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강씨와 조씨는 당초 사망한 김씨 명의로 무자본 갭투자를 진행하면서 리베이트 수익을 취득해 왔다. 김씨가 세금 체납과 임대차 보증금 반환 불능으로 더 이상 임대사업자 역할이 어려워지자 이들은 변씨를 끌어들여 범행을 계속한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