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자동차’ 띄워라…지자체, 도심항공교통 사업 경쟁 [이슈 속으로]

지자체 앞다퉈 ‘UAM 메카’ 밑그림

전 세계 대도시들 교통 체증 ‘몸살’
도심항공교통, 새 대안으로 떠올라
2040년 시장규모 1924조원 전망

서울, ‘그레이트 한강’ 연계 검토
경기, 킨텍스 인근 정류장 추진 등
정부 보조 맞춰 먹거리 선점 총력

인천, 섬 지역 1일 생활권 청사진
충북, 35억원 투입 연구센터 가동
대구, 신공항∼도심 등 연결 구상도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40대 한 직장인은 매일 오전이면 출근길 ‘고난의 행군’과 마주한다. 10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하루의 시작으로 만원버스에 몸을 욱여넣고 멍하니 창문 밖을 바라보는 게 일상이 됐다. 불쾌지수가 한참 오르던 때 신기한 장면을 목격했다. 빌딩 숲 사이를 빠르게 헤쳐 나아가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최대 5명을 태우도록 설계된 소형 비행체는 활주로 없이도 수직 이착륙장 버티포트에서 뜨고 내렸다. 배터리와 모터를 적용한 전기 추진으로 소음이나 매연 문제도 전혀 없었다. ‘하늘을 날아서 직장에 가고 싶다’는 상상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이날은 2025년 1월이다.

 

도시 공간에서 저고도의 공중을 활용한 항공운송 생태계를 의미하는 도심항공교통(UAM)에 글로벌 시장이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서울 인구는 950만명으로 1000만명에 육박한다. 서울을 포함한 전 세계의 대도시는 갈수록 더 비대해지면서 동시에 만성적 교통 체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화시스템과 오버에어가 공동 개발 중인 UAM 기체 ‘버터플라이’ 이미지. 한화시스템 제공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새로운 대안으로 UAM이 떠올랐다. 전기차, 자율주행, 공유경제 등 지상에서의 모빌리티 혁명이 하늘로 이륙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의 주요 컨설팅 매체들은 UAM 시장 규모를 2040년에 1조4740억달러, 1924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프랑스는 내년 하반기 파리올림픽 때 UAM 시범 운영과 함께 ‘에어 택시’로 불리는 이동 수단인 개인용 비행체(PAV·파브) 운항을 계획 중이다. 파리 근교를 다니며 사람뿐 아니라 화물도 옮길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축이 돼 국가 차원의 UAM 산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2025년 국내 상용화 지원을 위한 통합적 실증 프로그램인 ‘K-UAM 그랜드 챌린지’가 대표적이다. 통신·관제, 운항, 인프라, 기체 등 관련된 46개 기업이 출사표를 냈다. 1단계 테스트베드로 선정된 전남 고흥군 국가종합비행성능장에서 8월 첫 실증이 이뤄진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도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을 가진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해 경쟁전에 뛰어들었다.

 

◆안정성 확보, 미래 먹거리 육성 ‘잡아라’

 

9일 각 지자체 상황을 종합해 보면 서울시는 국토부의 보조에 맞춘다. 내년 하반기부터 이뤄지는 2단계 실증 노선에 포함된 김포공항∼여의도(18㎞), 잠실∼수서(8㎞)에서 비행 전반의 안전성을 살펴보는 데 행정적으로 협조한다. 이후 상용화에 돌입하기 위한 버티포트 입지도 준비 중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인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와 연계한 UAM 여객 운송 서비스, 한강의 아름다운 석양을 조망하는 관광 프로그램도 동시 개시하는 일정도 검토하고 있다. 서울형 UAM 도입 방향, 비전, 중장기 구상 등의 내용이 담긴 마스터플랜을 연내 발표할 예정이다.

경기도 역시 국토부와 발걸음을 같이하고 있다. 지난해 3월 K-UAM 그랜드 챌린지 2단계 사업자에 선정된 데 이어 시군 수요 조사로 김포공항에서 킨텍스를 잇는 고양시 제안을 최종 확정했다. 대화동 킨텍스 전시장 인근 약 1만8000㎡ 규모 터에 버티포트를 둘 예정이다. 한강을 끼고 있는 지리적인 이점을 최대한 살린다는 전략이다. 이와 별개로 김포시는 철도·버스를 연계한 기존 환승센터에 UAM 등 미래 모빌리티 기능이 어우러진 양촌읍 석모리 일원 ‘한강2 콤팩트시티역’ 건립안을 내놨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전국 기초자치단체 처음으로 UAM 관련 육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바 있다.

 

인천시는 UAM 글로벌 선도 도시로 거듭나려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UAM 시스템을 통해 섬 지역 1일 생활권을 만드는 한편 수도권에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교통 체계를 갖춘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항공·자동차 융합 UAM 분야 발전으로 산업 전반의 경쟁력도 높이고자 한다. 올해 UAM 해외 도시 간 상용화 협력, 사단법인 항공우주산학융합원과의 플랫폼 구축 등에 집중한다. 유정복 인천시장의 1호 공약이자 내항 재개발을 중심으로 중구·동구 구도심을 활성화하는 ‘제물포 르네상스’ 성공의 원동력으로 삼는다. 관내 대학들과 연구개발에 나서는 등 산학연관 모든 기관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

 

상상으로만 그리던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현실에서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국토부는 내년부터 수도권에서 1단계를 통과한 컨소시엄의 참여로 2단계에 돌입한다. 서울·경기 이외 인천의 청라 드론시험인증센터∼경인아라뱃길∼계양신도시(14㎞)가 명단에 들었다. 준도심지에서 도심권 진입이 차츰 이뤄지며 인천, 경기, 서울 구간 순으로 진행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비행길·기체 안전성과 상공 통신망, 통합운용시스템, 환경소음 검증에 더해 그 결과를 토대로 관련 규정 검토까지 마치고자 한다.

◆성장 가능성 주목… 지자체 경쟁 치열

 

수도권 외 지역에서도 저마다의 특장점을 앞세워 UAM 무대를 공략하는 모양새다. 충북도는 도비 35억원을 투입한 드론·UAM연구센터를 가동 중이다. 기체 설계 및 축소기 시험, 충돌 회피 기술 개발, 분산 전기추진 시스템 평가 등의 과업을 수행 중이다. 실제 비행체 5분의 1 크기인 최대 2.1m 축소기가 15분 이상 날아다니는 검증을 끝내고 공식 석상에서 선보이는 성과도 거뒀다. 청주국제공항 중심의 에어로폴리스 3지구는 배터리산업과 연계해 UAM 핵심 클러스터로 구축하고자 한다. 맹경제 한국UAM협의회 공동회장(충북경제자유구역청장)은 “충북은 국토 중심에 위치해 수도권과 지방을 연결하는 요충지로 UAM 산업의 최적지”라고 강조했다.

 

대구시는 UAM 상용화 시기를 2030년 대구경북 신공항 개항 시점으로 맞췄다. 파브를 타고 대구와 군위군 소보면, 의성군 비안면에 들어설 공항을 막힘없이 오가는 미래를 구상하고 있다. 대구는 전국 모빌리티 생산의 20% 수준을 차지할 만큼 안정적인 부품 기업군도 형성했다는 평이다. 2020년 11월 국토부와 수성못 일대에서 UAM의 하나인 ‘플라잉카’ 운항을 성황리에 마쳤다. 비수도권 최초 사례다. 김현덕 경북대 첨단정보통신융합산업기술원장은 “낙동강과 금호강, 신천 등 하천을 기반으로 안전한 노선이 확보될 수 있을 것”이라며 “반경 100㎞ 내 1200만명에 달하는 인구와 대규모 산단으로 잠재적 수요도 풍부하다”고 소개했다.

 

전남은 남해안 관광벨트, 긴급수송 등과 관련한 ‘UAM 항로 개설 연구’ 용역을 최근 시작했다. 사업의 대내외적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이다. 대한항공과 PNU드론, 대우건설 등이 참여해 여수·고흥·신안을 대상으로 항로 개설 및 버티포트 후보지 선별에 나선다. 대한항공·PNU드론 측이 장애물 분석으로 예비 항로를 찾아내고, 동시에 대우건설은 기체의 진출입로 구조 설계 및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여건을 갖춘다. 김종갑 전남도 전략산업국장은 “지역 특색에 맞춰 남해안권 관광과 도서 지역의 재난 등 신사업 서비스를 발굴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2025년 ‘제주형 UAM(J-UAM)’ 상용화라는 큰 밑그림을 그렸다. 제주국제공항을 중심으로 해안가와 주요 관광지, 마라도, 가파도, 우도, 추자도 등 부속섬을 잇는 노선을 만들 계획이다. 도민 공감대를 넓히기 위한 취지로 디지털 실감 콘텐츠를 제작, 가상현실(VR)로 경험해 보는 온·오프라인 체험존이 문을 열었다. 제주공항 버티포트에서 출발하는 파브에 올라타 여러 관광지 상공을 가로질러 성산 또는 중문으로 내리는 두 가지 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