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그제 대사관저를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처리할 때 외부의 방해에서 벗어나길 바란다”며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할 것이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고 베팅하고 있는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으로 후회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대중 무역적자 확대는 탈중국화 시도를 추진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중국 대사가 한국 제1야당 대표를 불러 놓고 15분가량 훈계하듯이 윤석열정부 외교정책을 정면 비판하고 “후회”를 언급하면서 사실상 위협한 것이다. 대사가 주재국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건 외교적 결례로 오만방자한 행태다. 외교부는 싱 대사를 초치해 도발적 언행과 내정 간섭에 해당될 수 있는 행위에 대해 강력히 경고했다.
싱 대사의 주장은 사실 관계에도 맞지 않는다. 그는 “한·중 관계가 많은 어려움에 부딪혔다. 그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고 했다.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는 우리 정부에 한·중 관계 악화의 책임을 돌린 것이다. 적반하장이다. 양국 관계가 나빠진 건 2017년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과 잇따른 역사 왜곡 시도 때문이다. 한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커지는 원인도 탈중국화 정책 때문이 아니라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탓이다. 싱 대사는 또 “한국이 대만 문제 등에서 중국의 핵심 우려를 확실히 존중해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힘에 의한 대만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4월 언론 인터뷰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대만에 대해 무력 통일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나온 윤 대통령의 이런 입장 표명은 문제 삼을 일이 못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