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는 변호사가 아니면서 금품·향응 또는 그 밖의 이익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하고 행정심판 또는 심사의 청구나 이의 신청, 그 밖에 행정기관에 대한 불복신청 사건, 그 밖에 일반의 법률사건 등에 관하여 대리·청탁·법률 상담 또는 법률관계 문서 작성, 그 밖의 법률 사무를 취급하는 등의 행위를 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행정사법 제2조 제1항은 행정사가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의 작성(제1호), 제출 대행(제3호) 등을 할 수 있다고 정하면서 단서에서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제한된 업무는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행정사가 행정사건을 취급할 때는 그 업무 범위가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 및 행정기관의 업무에 관련된 서류의 작성과 그 작성된 서류의 제출 대행’에 한정됩니다.
행정사 자격이 있다고 하더라도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 및 행정기관의 업무에 관련된 서류의 작성과 그 작성된 서류의 제출 대행’이라는 한계를 넘어 행정심판 또는 심사의 청구나 이의신청 기타 행정기관에 대한 불복신청 사건의 법률상 또는 사실상 대리 행위를 하면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 위반에 해당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됩니다. 이와 같은 행정심판 등에 관한 사실상의 대리 행위를 하고 그 대가를 받기로 하는 약정은 강행 규정인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에 반하는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해당해 무효입니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다28728 판결 등 참조).
그렇다면 행정사와의 업무위탁(위임) 계약 내용에 행정사가 할 수 없는 업무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업무도 함께 포함됐다면 보수금 약정의 전부가 무효라고 할 수 있을까요?
대법원은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의뢰인으로부터 법률사건을 수임하여 사실상 그 사건의 처리를 주도하면서 의뢰인을 위하여 그 사건의 신청 및 수행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실질적으로 대리한 행위를 하였다면, 비록 그중 일부 사무를 처리할 자격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 행위는 그러한 사무 범위를 초과한 것으로서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에서 금지하는 법률 사무를 취급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했습니다(2016. 12. 15. 선고 2012도9672 판결 등 참조).
하급심 판결 중에는 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행정사가 착수금을 이미 받은 상태에서 나머지 성공보수와 위약금을 청구한 사안에서 “행정사가 업무위탁계약을 통하여 위탁받은 업무는 행정심판을 포함하여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수용 보상금의 증액이나 구리시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 청구권의 행사에 관한 업무 일체로서 단순한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의 작성’, ‘권리·의무나 사실 증명에 관한 서류의 작성’ 및 그 서류들의 제출 대행 또는 토지 소유자의 의견서 제출 등의 행위를 초과한다”며 행정사의 청구를 전부 기각한 사례가 있습니다(의정부지법 2021. 9. 2. 선고 2019가단19894 판결).
한편 다른 하급심 판결은 의뢰인이 위임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며 행정사에 지급한 착수금의 반환을 청구한 사안에서 “변호사법 위반으로 무효가 되는 것은 행정심판 청구 및 수행에 관한 대가 약정 부분에 한정되고, 그러한 대가 약정이 아닌 행정심판 청구서의 작성 대행, 제출 대행 업무의 위임과 이에 대한 대가 부분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해당 사안에서는 그 위임계약이 ‘해지’되었기 때문에 행정사가 받았던 돈에서 이미 일한 만큼의 보수와 비용으로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만큼 공제하고 나머지를 반환해야 했는데, 법원은 이때 행정사가 반환할 돈에서 공제할 수 있는 금액이 100만 원을 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광주지법 목포지원 2022. 7. 21. 선고 2021가소81221 판결).
참고로 위 두 사건의 사안은 공통으로 ‘토지수용보상금이 증액되면 증액금액의 10%를 성공보수로 지급한다’거나 ‘무허가 축사 적법화에 따른 가축분뇨 배출시설 설치 허가를 받게 되면 성공보수를 지급한다’는 등의 약정이 있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법원에서는 사건 결과에 따라 성공보수를 받기로 약정했다면 사실상 사건을 대리하였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상식적으로 서류의 작성 대행, 제출 대행 업무만 위임했다면 서류의 작성, 제출이 완료되는 것을 성공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이처럼 행정사의 업무 범위를 오해하여 민·형사 사건에 휘말리고 보수금을 반환하게 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김추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대한변협 제1기획이사) chu.kim@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