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나라 경제가 반등의 발판인 저점을 지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도체 및 대중 수출 감소 폭 완화 등이 주요 근거로 제시됐다.
KDI는 11일 발간한 ‘6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부진한 상황이지만, 경기 저점을 시사하는 지표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1월 경제동향을 통해 “경기 둔화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은 뒤 5개월 만에 경기 반등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KDI는 지난달 경제동향부터 “내수 부진 완화에 힘입어 급격한 하강세는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라며 경기 전환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한 단계 더 나아가 경기가 반등의 시작인 저점을 지나고 있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KDI에 따르면 지난 4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71.2%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고, 제조업 상품의 출하 대비 재고 비율인 제조업 재고율이 130.4%로 높아지는 등 경기 부진은 여전하다. 그러나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100보다 높으면 호황, 낮으면 불황)는 4월 99.9로 기준치(100)에 근접했다.
특히 경기 둔화의 핵심 원인인 수출의 감소 폭이 줄었다. 전년 동월 대비 반도체 수출 감소 폭은 지난 4월 41.0%에서 5월 36.2%로 줄었고, 반도체 수출 물량 변동을 나타내는 수출물량지수 감소 폭도 2월 14.5%에서 3월 0.7%, 4월 0.3%로 완화하는 양상이다. 중국 수출 감소 폭 역시 3월 33.1%에서 4월 26.5%, 5월 20.8%로 축소됐다.
반면 부진한 수출을 대신해 경기를 떠받치던 소비는 다소 주춤하는 분위기다. 4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가 전월 대비 2.3% 감소하는 등 소비 증가세가 다소 약화했다. 다만 5월 소비자심리지수가 98.0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 갔다.
서비스업은 대면 업종을 중심으로 양호한 흐름을 지속했고 소비 관련 심리 지수도 회복세를 보였다. 소비자 물가도 점차 안정되는 모습이다.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3.3%로 전월(3.7%)보다 0.4%포인트 내렸다.
KDI는 설비투자에 대해서는 “투자 수요가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건설투자의 경우 “높은 증가세가 유지됐으나 관련 선행지표의 부진은 향후 증가세가 둔화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