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만난 조국 “무엇을 할지 고민”… 총선 출마 저울질하나

조 前 장관, 평산마을 첫 방문 후
“길 없는 길 걸어갈 것” SNS에 글

돈봉투 등 잇단 도덕성 논란 민주
조국發 ‘내로남불’ 프레임 우려 커
비명 “曺 향한 당내 논란 여전해”

與 “曺·文 만남에 온 국민이 개탄
2024년 총선 출마 꼼수 행보” 비판

“문재인정부의 모든 것이 부정되고 폄훼되는 역진과 퇴행의 시간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지도도 나침반도 없는 ‘길 없는 길’을 걸어 나가겠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난 사실을 공개하면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10일 밤 올린 글의 일부분이다.

조국이 공개한 文과의 식사 사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0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나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연합뉴스

조 전 장관은 10일 평산책방에서 문 전 대통령과 만났다. 조 전 장관이 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평산마을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전 장관은 SNS에 “2023년 6월10일 문 대통령님을 오랜만에 찾아뵙고 평산책방에서 책방지기로 잠시 봉사한 후 독주를 나누고 귀가했다”고 적었다.



조 전 장관은 2012년부터 이어진 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시간 순서대로 나열했다. 그는 “대학교수였던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 활동을 벌였고, 2015년 새정치연합 혁신위원으로 임명돼 당시 문재인 대표의 당 혁신 작업을 도왔다”며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는 국정원, 검찰, 경찰, 기무사 등 권력 기관 개혁 과제를 수행하는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일했다”고 했다. 이어 “격무로 힘들었지만 행복했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 8월 검찰개혁 과제를 부여받고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되었지만, 저와 제 가족에게는 무간지옥의 시련이 닥쳐 지금까지 진행 중이다”라며 “과오와 허물을 자성하고 자책하며 인고하고 감내하고 있다”고 했다.

두 사람의 만남과 조 전 장관의 메시지가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서는 조 전 장관의 내년 총선 출마설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 간 내홍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조국 사태 당시 불거진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비판이 재연될까 부담스러워하는 기류도 읽힌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났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0일 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날 낮에 문 전 대통령과 만난 사실을 공개했다. 조국 전 장관 페이스북 캡처.

친명계와 비명계는 결은 다르지만 그의 출마가 실현될 경우 닥칠 정치적 후폭풍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당 전반적으로는 조 전 장관의 총선 출마를 꺼리는 기류가 우세하다.

민주당은 돈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 코인 투자 등 당내 도덕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고자 민주당에서는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으나 혁신위 수장으로 지목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천안함 자폭설’등 논란이 되는 글을 올려 9시간여 만에 사퇴하면서 좌초된 상태다. 그런 와중에 ‘아빠 찬스’논란이 있는 조 전 장관의 등판은 민주당의 도덕성 논란에 기름을 끼얹을 수도 있다.

한 비명계 의원은 11일 통화에서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조 전 장관이 총선 출마를 해야 한다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당내에서 조 전 장관에 대한 논란이 여러 가지로 아직은 남아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한 재선의원 역시 “정치적으로 출마하니 안 하니보다 진행되고 있는 재판이라든지 결과에 따라 피선거권이 제한될 수 있고, 그걸 냉철하게 봐야 한다”며 “평산마을을 갔다 왔다는 것으로 하는 정치적 해석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 역시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의 수사 행태와는 별개로 조 전 장관 의혹에 대해선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조 전 장관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는 등 내로남불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 각별히 주의해 왔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이 11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현안 관련 논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 외부의 비판도 만만치 않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대한민국 ‘잃어버린 5년’을 선사한 두 사람의 만남에 온 국민이 개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 전 장관의 이러한 행보는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한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본인이 저지른 과오와 허물을 자성한다면 전 국민께 상처를 남겼던 자기 행동에 대해 ‘어떻게 죗값을 치러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당 안팎에서는 그의 총선 출마 현실화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들도 적잖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 뉴시스

지난달 11일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조 전 장관이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신평 변호사도 지난달 KBS라디오에서 “출마한다면 관악갑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에 쇄신 바람이 불 수밖에 없다”며 “외부에서 다수의 인재를 영입할 때 조 전 장관은 1순위다. 여권의 한동훈 케이스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