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운영사 도쿄전력이 12일부터 2주간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설비 시운전을 한다. 사실상 오염수 방류를 위한 마무리 단계로 돌입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 시기를 올여름으로 예고한 바 있다. 지역 어민과 국제사회 반발이 이어지고 있지만, 계획대로 강행하려는 움직임에는 변함이 없다.
◆日 현지 어민들 “방류 반대 변하지 않는다”
일본 현지 어업인은 지속해서 오염수 방류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은 10일 후쿠시마현과 미야기현, 이바라키현 등 3개 현을 방문해 각 지역 어업단체 관계자와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니시무라 경제산업상은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처리수의 해양 방류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라며 “폐로를 진행하면서 어업을 계속해 양립해 갈 수 있도록 대처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자키 데쓰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장은 “회담은 평행선이다. 방류 반대는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앞서 후쿠시마현 소마시 후타바어업협동조합 곤노 토시미츠 조합장 일행 역시 지난 7일 도쿄 경제산업성에서 니시무라 경제산업상과 만나 “조합은 방출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며 “국가가 책임감을 갖고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일본 정부와 후쿠시마 제1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에 ‘오염수는 관계자의 이해 없이는 처분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문서를 전달한 바 있다.
◆주변국선 “그렇게 안전하면 일본에 둬라”
국제사회에서도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강행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홍콩 등 주변국은 오염수 방류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중단하겠다며 압박하는 중이다.
체친완 홍콩 환경부 장관은 11일 홍콩 민영방송 TVB에 출연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영향을 받는 일본 식품에 대한 추가 검사를 위한 장비들을 조달했고 필요한 작업 준비도 마쳤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검사는 대부분 식품 속 감마 방사선량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이는 휴대용 방사능 계측기로 쉽게 탐지할 수 있다”며 “앞으로는 새로운 장비를 활용해 알파·베타 방사선량을 탐지하는 좀 더 심층적인 작업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체 장관은 추가 검역으로 통관 기간이 길어지면 식품의 신선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일부 신선식품은 수입이 부적합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체 장관은 앞서 지난 8일 친중매체 대공보 기고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시작될 경우 일부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즉시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후쿠시마 원전 인근에서 잡은 생선에서 기준치를 훨씬 웃도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사례는 오염수 방류가 식품 안전에 심각한 위험이 될 것임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 당국이 국제 사회의 우려가 큰데도 불구하고 오염수 방류를 밀어붙이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은 일본의 두 번째로 큰 농수산물 수출 시장으로, 지난해 약 123억홍콩달러(약 2조265억원)어치를 수입했다.
지난 3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제20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프로그램 중 하나인 ‘해양의 안보 질서’ 세션에서는 피오 티코두아두아 피지 내무장관이 일본 오염수 방류를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티코두아두아 장관은 “일본은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말하면서 왜 일본에 두지 않느냐”며 “오염수가 방출되면 어느 시점에 남쪽으로 흘러온다.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하다면서 왜 일본에 두지 않느냐”는 발언은 중국에서도 나왔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보건총회 제76차 회의에서 중국 대표는 “오염수가 안전하다면 일본은 왜 스스로 사용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왜 농업용수나 공업용수로 사용하지 않고, 왜 국내 호수에 배출하지 않느냐”며 “일본은 마땅히 이에 대해 책임 있는 설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오염수를 바다에 배출하는 게 유일한 실행 가능 방안이냐”며 “이것은 자기 돈은 절약하지만, 전 세계를 재앙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준표·이언주 등 여권서도 ‘반대’ 목소리
국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커지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2일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와 관련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대한민국 윤석열 정부만이 오염수 방류를 침묵으로 사실상 용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안타깝게도 오늘부터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시운전을 시작한다고 한다”며 “명확하게 오염수 방류 반대 의견을 이 정부가 표명해야 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권에서도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1일 페이스북에 “우리나라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를 찬성하지도 않을 것이고 찬성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홍 시장은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면 어느 나라라도 일본의 해산물은 수입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일본은 알아야 한다”며 “이미 오니(汚泥)의 해양투기가 금지된 지금 그보다 훨씬 위해 가능성이 큰 원전 오염수를 해양 투기하겠다는 것은 큰 잘못”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일본의 방류를 ‘해양투기’라 규정한 홍 시장은 공개 반대에 나선 배경으로 “한미일 경제 안보 동맹과는 별개인 세계인들의 건강권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해양투기를 자행하면 그건 일본의 자해 행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언주 전 국회의원 역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과 관련해 10일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소속인 게 부끄럽다. 어느 나라 정당인가”라면서 “누굴 대변하는가. 국민인가, 대통령인가. 그럼 대통령은 누굴 대변하는가. 우리 국민인가. 일본 정부인가”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이 전 의원은 “동해 바다에 칸막이 쳤나. 물고기가 우리 바다엔 올 일이 없게? 그럼 바닷물에 방류되는 오염수는? 희석되면 괜찮나. 우리 영해엔 섞여 들어오지 않나. 무슨 궤변을 늘어놓고 있는가”라며 “이 문제는 이념대립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영해 주권의 문제이자 국민들의 건강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국민들 80%가 방류를 반대하고 있다”며 “일본 후쿠시마 어민들도 반대하고 있고 홍콩, 중국 태평양도서국가 등 인근 국가들 대부분 문제 제기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한민국의 이익과 국민들 의사를 대변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