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려차기’ 항소심 20년 선고… 끝내 울음 터뜨린 피해자

재판부, 강간살인미수 혐의 인정
“피고인, 성폭력 위해 무차별 폭행”
원심 징역 12년 파기… 형량 늘어
피고인 “심신 미약” 주장은 배척

尹 대통령, 수석비서관 회의 주재
“여성 대상 강력범죄자 공개 확대”

지난해 부산에서 혼자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뒤따라가 무차별 폭행으로 의식을 잃게 만든 뒤, 성폭행을 시도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이 선고됐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강력범죄 가해자의 신상공개 확대 방안을 강구하라고 법무부에 지시했다.

지난해 5월 초면인 여성의 머리를 발로 가격하고 수차례 구타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A씨 모습. JTBC 방송화면 캡처

부산고법 형사부(부장판사 최환)는 12일 강간살인미수 혐의로 공소장이 변경된 피고인 A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0년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또 10년간 정보통신망에 신상을 공개하고, 10년간 아동·청소년관련 기관 취업 제한 및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항소심 재판과정에서 추가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등살인) 등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단순 폭행이 아니라 성폭력을 위해 무자비한 폭행을 저질렀다”며 “출동한 경찰관·최초 목격자·피해자 언니의 증언과 항소심 감정촉탁 및 검증 결과 피고인이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에서 피해자의 바지와 속옷을 벗긴 행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다만, 피고인이 피해자의 옷을 벗긴 이후 실제로 성폭력범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해서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항소심 재판과정에서 “살인의 고의가 없었고, 당시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술에 만취해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지난해 5월 22일 오전 4시51분 혼자 귀가하던 20대 여성 B씨를 10분간 쫓아간 뒤, 부산 부산진구 서면의 한 오피스텔 1층 현관 복도에서 돌려차기로 피해자의 뒷머리를 가격해 쓰러뜨린 뒤, 4차례 걸쳐 피해자의 머리를 발로 밟았다. 피해자는 청바지와 속옷이 벗겨진 상태로 발견됐다.

12일 부산 연제구 부산 법원종합청사에서 돌려차기 사건 피고인 A씨가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0년을 선고 받은 뒤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부산고법 형사 2-1부(최환 부장판사)는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정보통신망에 신상 공개,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신상공개 명령이 최종 확정되면 온라인을 통해 A씨의 얼굴과 신상 등이 일반에 공개된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열린 1심에선 살인미수 혐의만 인정돼 A씨에게 징역 12년이 선고됐다. 피해자와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A씨가 피해자를 성폭행하려한 정황이 드러났다.

피해자와 검찰은 A씨가 피해자를 폭행한 뒤, 의식을 잃은 피해자를 CCTV 사각지대로 끌고가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사건 발생 당시 피해자가 입었던 청바지 등에 대한 재감정 결과, 청바지 안쪽 부분 3곳과 바깥쪽 1곳에서 A씨의 DNA가 검출됐다.

검찰은 의류 재감정에서 A씨의 DNA가 검출된 부위는 A씨가 피해자의 청바지를 벗겨낼 때 접촉으로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혐의를 살인미수에서 강간살인미수로 공소장 내용을 변경했다. 검찰은 선고에 앞서 A씨에게 징역 35년과 위치추적장치 부착, 보호관찰명령 20년을 구형했다.

심경 밝히는 피해자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가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뒤 사건의 피해자가 심경을 밝히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항소심 재판부가 밝힌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 A씨가 피해자를 폭행한 뒤, CCTV 사각지대인 건물 1층 복도 구석으로 끌고 가 피해자가 입고 있던 청바지 버튼과 지퍼를 풀고, 청바지와 속옷을 벗겨 내렸다. 승강기 소리 등 인기척을 느낀 A씨는 범행이 발각될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자, 피해자의 청바지 등 의복을 수습하지 못한 상태에서 의식을 잃은 피해자를 두고 달아났다.

이날 선고 공판을 지켜본 피해자는 법정 앞에서 울음을 쏟으며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피해자 변호인은 “CCTV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진실을 밝히려고 노력했던 검찰과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있고, 본인이 한 일을 진심으로 뉘우치는지 의문”이라며 “피고인은 영구적으로 사회와 단절될 필요가 있으나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여성에 대한 강력범죄 가해자의 신상공개 확대 방안을 신속히 추진하라”고 지시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앞서 이 사건 피해자 측은 가해자의 신상정보 공개 명령을 내려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가 유죄 판결이 내려진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를 명령하면 법무부와 여성가족부를 거쳐 성범죄자 알림e 시스템에 신상이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