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민·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문턱을 낮추겠다며 출시한 ‘특례보금자리론’ 평균금리가 은행권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보다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가계대출이 부동산 대출 증대에 힘입어 다시 증가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가계대출 증가세에 ‘완만한 감축’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나섰다. 이후 당국 움직임이 주목된다. 한편 국내 탄소배출권 시장 활성화를 위해 건물, 수송 등 장기적인 대상 범위 확대와 제3자 거래참여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경쟁력 밀리는 ‘특례보금자리론’
12일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실이 한국주택금융공사(HF)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실행된 특례보금자리론의 평균금리는 연 4.26%로 집계됐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일반형과 우대형으로 구분되는데 일반형 평균금리는 연 4.35%, 우대형은 연 4.18%였다.
반면 한국은행이 집계한 예금은행 고정형 주담대 대출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4월 기준 연 4.19%로 특례보금자리론 평균금리보다 낮았다.
월별로 보면 실제 실행된 특례보금자리론의 평균금리는 올해 2월 연 4.33%, 3월 4.27%, 4월 4.26%, 지난달 4.26%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예금은행 고정형 주담대 대출금리는 올해 1월 연 4.41%에서 2월 4.46%로 소폭 올랐다가 3월 4.32%, 4월 4.19%로 하락했다.
올해 초 출시된 특례보금자리론은 매달 시장금리 및 재원 상황 등을 고려해 기본금리를 조정하기로 했으나 자금조달시장 향방의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금리가 동결돼 왔다. 최근 시장금리 하락으로 은행권 주담대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특례보금자리론의 금리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HF는 특례보금자리론의 경우 30∼50년 만기 비중이 86%에 달하는 순수 장기·고정금리 상품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HF 관계자는 “고정금리 기간과 조달 비용 차이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히 대출금리 수준만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10년 만기 특례보금자리론 평균금리는 연 4.05%로, 5년 고정금리 혼합형이 대부분인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4.42%)보다 낮다”고 밝혔다.
현재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은 연 4.15(10년)∼4.45%(50년), 우대형은 연 4.05(10년)∼4.35%(50년)의 금리가 적용된다. 저소득청년 등은 우대금리가 적용돼 최저 연 3.25(10년)∼3.55%(50년)의 금리로 이용할 수 있다.
◆이창용 “완만한 감축 방안 찾아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5월 중 전(全) 금융권 가계대출은 2조8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3월까지는 감소 추세였으나 지난 4월 2000억원 늘어난 데 이어 두 달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가계대출 증가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증가 때문이다. 주담대는 5월 한 달간 3조6000억원이나 증가했다. 반면 기타 대출은 8000억원 줄어들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4조2000억원 증가하면서 전월(2조3000억원)에 이어 두 달 연속 늘어났는데, 일반개별주담대가 2조원 늘면서 전월의 3000억원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의 영향이 크다. 특례보금자리론과 같은 정책 모기지도 2조8000억원 증가했다. 전세대출은 6000억원 줄어들었지만 감소 폭은 전월의 1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줄어드는 추세다. 반면 제2금융권은 5월 중 대출금액이 1조4000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가 하락하는 것이 주택대출 증가세로 이어지고 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이번 달 초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연 3.910∼6.987% 수준으로 하단 금리가 3%대에 진입했다. 지난달 15일 공시된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전월 대비 0.120%포인트(3.560%→3.440%) 낮아진 데다 은행권이 ‘상생 금융’ 차원에서 가산금리를 줄이고 우대금리는 늘린 점 등이 금리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전세자금대출(주택금융공사보증·2년 만기) 금리(연 3.800∼6.669%)와 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연 3.920∼6.044%) 하단도 3%대다. 주담대 금리가 낮아지면서 주택매매량도 늘어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1월 1만9000가구 △2월 3만1000가구 △3월 3만5000가구 △4월 3만3000가구로 증가세다.
가계대출의 증가는 그만큼 통화 긴축에 따른 부채 상황 흐름이 약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물가 우려를 아직 버리지 않고 있는 한국은행으로서는 경계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 강당에서 열린 창립 73주년 행사 기념사에서 “최근 부동산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금융부문 리스크(위험)에 유의할 필요가 높아졌다”며 “유관기관과 협력해 가계부채의 완만한 디레버리징(감축) 방안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가 오름세와 경기 상황이 부딪히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한은의 정책 범위가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까지 확대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 총재는 “은행만을 대상으로 해서는 국민경제 전체의 금융안정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필요하다면 제도 개선을 통해서라도 금융안정 목표 달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담대뿐 아니라 신용대출도 늘어나고 있다. 이날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의 가계 신용대출자 수는 615만1000명으로 2018년 말(510만명)보다 105만1000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대출 잔액은 145조6467억원으로 같은 기간 35조원 이상 급증했다.
30세 미만과 40대 신용대출자가 이 기간 30만명 안팎으로 증가하며 증가분의 대다수를 차지했다. 신용대출 잔액은 40대에서 같은 기간 13조6583억원 늘며 가장 많이 증가했고, 이어 50대 가계 신용대출 잔액이 9조9832억원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탄소배출권 활성화 위해 대상·참여자 확대해야”
안영환 숙명여자대학교 기후환경에너지학과 교수는 이날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배출권시장 규제환경 변화와 금융시장의 역할’ 주제 세미나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역할이 지금보다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제 발표자로 나선 안 교수는 “기술적인 수단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총괄적인 정책수단이 없다”며 “건물과 수송 등 탄소배출권 범위를 확대하고 비즈니스 모델(BM) 확대, 사후할당, 유상할당 증대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는 배출권시장협의회가 자문위원회 발족을 기념해 개최했다.
안 교수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총량설정, 할당 및 거래를 통한 비용 효과적인 탄소 감축을 실현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40%를 감축하는 목표를 세운 가운데 각 기업에 탄소배출권을 할당하고 남은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세미나에 참석한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배출권 시장의 제3자 참여 확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국내 할당 배출권은 2019년 4만원을 돌파한 이후 2020년 4월까지 상승세를 보이다가 2021년 이후 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기준 1만1000원대까지 내려앉았다.
이 실장은 “국내 할당배출권의 연간 평균 가격변동성은 약 50%로 유럽(35~40%), 미국(40~45%)보다 높다”며 “이질적인 참여자가 확대되면 가격변동성을 줄여주는 부분을 기대할 수 있고 장기투자자가 확대하면 높은 계절성, 높은 거래비용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아스펙츠(Energy Aspects)사 컨설턴트인 트레버 시코스키(Trevor Sikorski) 연구원은 영상 발표를 통해 탄소배출권 시장 확대를 전망했다. 그는 “정부의 무상할당이 점차 없어지는 시점에 산업 및 항공업계는 시장에서 더 많은 배출권을 매수하게 될 것이고 시장매수자도 더 많아질 것”이라며 “탄소배출권은 금융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벌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유승직 숙명여대 교수를 좌장으로 전완 환경부 기후경제과장, 문준호 한국거래소 일반상품시장부장, 최석원 SK증권 미래전략부문 대표, 이지웅 부경대 교수, 조홍종 단국대 교수가 탄소배출권 시장참여자 확대와 배출권 관련 금융투자상품 도입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