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규제를 풀지 않으면 고향사랑기부제의 흥행 참패는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권선필(60) 한국지방학회 고향사랑기부제특별위원회 초대위원장(목원대 행정학부 교수)는 13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행 6개월째 접어든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해 쓴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권 위원장은 “고향사랑기부제 취지가 살아나려면 민간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개방하는 등 관련 법령 개정과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지방학회는 지난 4월 21일 고향사랑기부제특별위원회를 발족했다. 1월 도입된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반년이 지나고 있지만 흥행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학계·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로 구성된 특위는 현 제도의 한계점을 짚고 개선·보완점을 모색한다. 이렇게 모아진 의견을 정부에 지속 제안하기로 했다.
과열 경쟁이 우려됐던 고향사랑기부제는 왜 흥행 참패 평가를 받을까. 권 위원장은 ‘정부의 과도한 규제’를 원인으로 꼽았다. 권 위원장은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소멸을 막는다는 거대한 의제에서 출발했다”며 “기부로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지역경제활성화를 도모해 궁극적으로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한다는 취지인데 정작 지자체에선 모금 홍보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부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선 다양성을 수용하고 자율성을 부여해야 하는데 정부 주도로 하다 보니 지자체는 수동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민간 개방’에 해법이 있다고 했다. 권 위원장은 “일본의 고향세 규모가 8조원에 이를 수 있는 건 자생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민간플랫폼이 생태계를 이끄는 주도적 역할을 하고 행정은 이를 지원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기부 동기 확장도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는 기부자의 고향사랑에 의존하고 있지만 제도 활성화를 위해선 ‘지역 이슈’가 기부의 동기부여로 작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원 양구군의 ‘꿀벌살리기’, 광주 동구의 ‘극장보존사업’ 등은 고향사랑기부제의 공공적 역할을 보여준다.
권 위원장은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문제 해결 메커니즘을 바꿀 수 있다”며 “중앙정부 주도의 문제해결은 한계가 왔고, 지역문제는 지역에서 해결하는 주민주권자치를 이 제도로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특성에 맞춰 문제해결 중심이나 특산물 중심의 플랫폼 등 다양한 기능적 플랫폼으로 관심을 높여 본래 취지대로 작동하게 해야 한다”며 “기부마케팅전략을 새로 수립하지 않으면 고향사랑기부제는 후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권 위원장은 고향사랑기부제가 지역소멸이란 거시적 의제를 넘어 마을과 마을공동체를 변화시키는 열쇠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주민이 지역에 관심을 갖고 주도적으로 문제해결을 하고, 사회구성원, 공동체 일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때 지역이 살아난다”며 “이제는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에 개방해 주민 스스로 마을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자생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