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마저 외과의사 구인난… 모집 11번 만에 충원

필수의료 공백 사태 가속화

응급의학과, 24명 중 반도 못 채워
성형외과는 계획인원 단번에 채용

상급종합병원 기준 소아·중증 강화
복지부 “6월 중 개편 확정안 발표”

필수의료종사자 처벌 감경·면제 등
근무환경 개선·보상 마련 목소리도

대학병원에서 중증·응급환자를 최종 치료할 수 있는 전문의들이 사라지고 일반 진료로 전공을 바꾸는 소아·분만 전문의들이 느는 등 필수의료 공백 사태가 가속화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건강과 직결되지만 기피과목으로 꼽히는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에 대한 정부의 행정·재정적 지원 강화와 함께 필수의료 영역에서만큼은 불가피한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감경·면제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진=뉴스1

14일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의원실이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2021년 1월∼2023년 5월) 진료과별 전문의 모집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외과 전문의 46명을 뽑기 위해 11차례나 모집공고를 낸 끝에 결국 계획보다 1명 많은 47명을 뽑게 됐다. 내과도 마찬가지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내과 전문의 82명을 뽑기 위해 9차례 모집공고를 냈지만 끝내 계획보다 10명 적은 72명 충원에 그쳤다.

 

서울서북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중증·응급환자 진료·치료를 위한 전문의 확보에도 애를 먹었다. 지난해 8차례에 걸쳐 응급의학과 전문의 24명을 뽑는다고 모집공고를 냈지만 결국 10명밖에 채용하지 못했다. 또 흉부외과와 신경외과, 중환자의학과 전문의를 각각 8명, 12명, 10명 뽑겠다고 공고했지만 6명, 10명, 1명 채용하는 데 그쳤다.

경기동남 권역응급의료센터인 분당서울대병원도 상황은 비슷하다. 내과의 경우 지난해 20회에 걸쳐 52명의 전문의를 뽑겠다고 공고했지만 결국 39명만 채웠고, 외과 역시 24명의 전문의를 뽑기 위해 5회 공고를 냈지만 결국 19명만 충원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경우 7명을 뽑겠다고 2회 공고를 낸 끝에 5명을 충원했고, 흉부외과는 10명, 신경외과는 11명을 뽑기 위해 3회씩 공고를 낸 뒤에야 각각 9명, 11명을 뽑을 수 있었다.

반면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 전문의는 비교적 쉽게 채용됐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2회 공고만으로 피부과 전문의 3명을 다 채웠고, 안과 전문의 역시 3회 공고를 통해 14명을 충원했다. 성형외과 전문의의 경우 1회 공고만으로 4명을 모두 채용했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뉴시스

정부는 필수의료 강화 및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한 예비지표(기준)에 소아·중증 응급환자 진료 항목을 추가하기로 했다. 상급종합병원은 서울대병원처럼 20개 이상 진료 과목과 중환자 치료 등에 필요한 인프라를 갖춘 대형병원을 말하는데 수가(의료행위에 대한 대가)에 있어 일반 종합병원보다 5%포인트 더 많은 30% 가산을 적용받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필수의료에 관련되는 부분이 계속 잘 안 되다 보니 상급종합병원부터 관련 기능을 갖추도록 하자는 게 지표 개편의 취지”라며 “이르면 다음 주, 늦어도 이달 중엔 확정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당 지표들은 준비기간을 고려해 올해 말에 실시하는 상급종합병원 지정 때는 본지표로 작용하지 않고, 다음 평가인 2026년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한편 필수의료 전문의들이 중증·응급환자 최종 치료를 전담하는 상급종합병원 대신 동네 의원에서 일반 진료를 보는 비중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가진 ‘필수의료 살리기 공동 기자회견’에서 “흉부외과 전문의 10명 중 8명(81.9%), 외과 전문의 10명 중 5명(52.1%)은 수술을 해야 하는 의료 현장을 지키지 못하고 개원하여 전공과 다른 일반 진료를 하고 있다”며 “필수의료종사자의 전문성 향상과 근무환경 개선, 합리적 보상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