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말씀 금·은색으로… 고려 사경, 日서 환수

14세기 제작 ‘묘법연화경 권제6’
문화재청, 일본인 소장자서 구입
표지엔 연꽃그림·넝쿨 무늬 빼곡
경전 극적 장면 묘사 ‘변상도’ 눈길

사경(寫經)은 불교 경전을 옮겨 적는 작업이나 그러한 경전을 뜻한다. 본래 교리 전파가 목적이었으나 인쇄술이 발달한 뒤에는 공덕을 쌓는 방편으로 여겨졌다. 특히 고려 시대에는 이를 담당하던 국가 기관인 사경원이 운영될 만큼 성행했다.

‘그대들은 모두 성불하리라’ 지난 3월 일본에서 환수한 고려시대 사경(寫經) ‘묘법연화경 권제6(妙法蓮華經 卷第6)’이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된 15일 김종민(오른쪽) 문화재청 문화재 감정위원이 참석자들에게 이 사경의 특징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14세기 말 고려 사경의 특징을 잘 보여 주는 유물이 해외에서 고국으로 돌아왔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올해 3월 일본에서 고려시대 사경인 ‘묘법연화경 권제6’(妙法蓮華經 卷第6)을 환수해 국내로 가져왔다고 15일 밝혔다. 지난해 6월 일본인 소장자가 재단에 유물 매도 의사를 전하면서 처음 존재가 확인됐고, 문화재청과 재단은 추가 조사와 협상을 진행한 뒤 복권기금을 활용해 이를 들여왔다.

 

이번에 환수한 사경은 부처가 되는 길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사상을 기본으로 한 경전인 ‘묘법연화경’의 내용을 금·은색 안료를 써 필사한 것이다. 중국 승려인 구마라집(344∼413)이 번역한 경전 7권 중 6번째 권을 옮겨 적었다. 감색 종이를 활용해 병풍처럼 접었다 펼 수 있는 형태인 이 경전의 표지에는 4개의 연꽃이 세로로 그려져 있고, 꽃 주변은 은빛 넝쿨 무늬로 빼곡히 채웠다. 꽃 위에는 네모난 칸을 두고 제목을 적어 뒀다.

‘묘법연화경 권제6’의 변상도에서 상불경보살품 장면의 세부 모습. 문화재청 제공

주요 내용을 묘사한 그림인 변상도(變相圖)는 크게 4개의 화면으로 구성돼 있다. 오른쪽에는 묘법연화경을 설법하는 석가모니불과 그 권속 모습, 왼쪽에는 ‘사람들이 돌을 던져도 그대들은 모두 성불하리라’라고 말하는 상불경보살품(常不輕菩薩品) 장면, 화염 속에 몸을 바쳐 공양하는 약왕보살본사품(藥王菩薩本事品) 장면 등이 있다. 경전 내용 중 가장 극적인 장면을 모아 그림으로 표현한 것으로 여겨진다. 총 108면에 걸쳐 이어지는 경문에는 한 면당 6행씩, 행마다 17자의 글자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