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불법 운영’ 의혹에 휩싸였다가 최근 무죄가 확정된 플랫폼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 타다가 결국 고강도 구조조정에 내몰렸다. 대법원 판결로 4년간의 오욕을 씻어 냈지만 꺼진 성장 동력까지 되살리진 못했다.
15일 스타트업계에 따르면 타다의 운영사 브이씨엔씨(VCNC)는 전날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자 모집 공고를 냈다. 전체 90여명인 직원을 최소 50% 줄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회사 측은 구체적인 감원 규모를 정해 놓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VCNC 관계자는 “현재 서비스에는 전혀 문제가 없고, 경영 효율과 조직 생산성을 위한 차원”이라고만 밝혔다.
◆부활 시도했으나 경영 악화 지속
타다가 감원에 나선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20년 3월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대규모 희망퇴직을 받았다. VCNC 관계자는 “당시 희망퇴직 규모는 절반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타다금지법 이후 타다는 2018년 선보인 렌터카 기반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 베이직’을 접었다. 타다 베이직은 운전기사가 딸린 11인승 승합차를 빌려 이용하는 서비스였다. VCNC가 쏘카에서 빌린 렌터카를 운전자와 함께 다시 고객에게 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타다는 2021년 비바리퍼블리카(토스)에 인수된 뒤 가맹택시 사업을 재개해 지난해 ‘타다 넥스트’로 부활을 시도했다. 타다 넥스트는 고급택시 면허를 보유한 기사가 7∼9인승 승합차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타다 베이직 당시 1500대 이상으로 제공하던 서비스 수준을 회복하진 못했다. VCNC는 현재 운행 대수를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나 1500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500대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타다의 주인은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다.
2021년 10월 비바리퍼블리카는 VCNC 지분 60% 인수를 결정했다. 모회사였던 쏘카는 VCNC 지분 40%를 가지고 있지만 1대 주주에서 물러났다.
타다의 모회사인 비바리퍼블리카는 구조조정과 별도로 타다를 다른 회사와 인수·합병(M&A)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인수·합병 후보로는 퍼스널·마이크로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업체 더스윙 등이 거론된다. 아이엠(IM)택시 운영사 진모빌리티가 인수하는 안도 거론됐으나 최근 결렬됐다.
인수합병 과정에서는 타다의 누적된 적자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해 VCNC의 매출액은 41억8804만원, 영업손실은 262억3715만원에 달했다. 당기순손실도 275억5000만원이다.
◆벤처 시장 투자 경색도 영향
얼어붙은 벤처 투자 시장도 타다의 경영 상황을 악화시키면서 감원 배경 중 하나로 작용했을 수 있다. 벤처 시장의 투자 경색은 타다만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규 벤처투자금액은 88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조2214억원 대비 60.3%나 감소했다. 신규 벤처펀드 결성액은 5696억원으로 지난해 2조6668억원 대비 78.6% 줄었다.
익명을 요구한 7년 차 정보기술(IT) 스타트업 대표는 최근 시장 상황에 대해 “창업한 이후 최근 1년이 유례없이 힘든 시기”라고 털어놨다. 이어 “스타트업 대표 80명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다들 어렵다는 이야기만 한다”며 “한 달 반 전에는 경영 악화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스타트업 대표의 부고도 올라왔다”고 안타까워했다.
돈줄이 마르면서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 카카오의 자회사도 최근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엔터는 오는 25일까지 2주간 고연차 직원 대상 ‘넥스트 챕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직책이 있거나 경력 10년 이상 직원이 이·전직을 하면 퇴직금과 별개로 최대 15개월치 기본급과 50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창사 이래 처음 진행되는 인력 재정비 프로그램이다. 회사는 “인력 선순환을 위한 조처로 인위적 구조조정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업계에서는 희망퇴직으로 해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