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가 우리나라 혁신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홍장원(사진) 대한변리사회장은 13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리사회 회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법사위가 법조인이 기득권을 유지하는 수단이 돼선 안 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현 법사위원 구성을 보면 18명 중 12명이 법조인 출신이다. 평소에는 서로 이해관계가 다르지만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하나가 되기도 한다”며 “대표적인 게 법조인 이익에 반하는 법안이 올라오면 체계·자구 심사를 명분으로 2소위로 보내고 결국 폐기시키는 식”이라고 강조했다.
홍 회장이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비판론자를 자처하고 나선 건 과거 17, 18대 국회에서 두 차례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한 변리사법 개정안 때문이다. 같은 법안이 지난해 5월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한 이후 현재 법사위 2소위로 회부돼 계류된 상태다. 국회에서 20년간 논의된 이 개정안은 변리사가 특허·실용신안·디자인·상표 관련 민사소송에 대해 변호사와 공동으로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걸 골자로 한다.
대한변리사회뿐 아니라 산업계, 특허청이 소송 신속성 제고와 비용 절감 등을 위해 그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법무부·법원행정처·대한변호사협회는 비용 절감 효과 미미와 민사소송법상 변호사의 개별 대리 원칙을 내세워 반대하고 있다.
홍 회장은 법조인에 치우친 법사위 구성을 들어 “우리 입장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심사를 하는 건데 누가 봐도 공정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달 24일 법사위 2소위 심사 때 변리사법 개정안에 대해 판사 출신 모 의원은 “변리사의 전문성은 인정을 하지만 소송대리의 직역, 이 부분은 변호사의 전문성이 우선하기 때문에 공동소송 형식으로라도 이걸 허용하면 여러 면에서 국민들에게 매우 혼동을 줄 수 있다”며 부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이 의원은 대한변협 간부를 지낸 바 있는 인물이다.
법사위가 변호사 직역 보호에 치우쳐 있다는 건 대한변리사회만의 주장이 아니다. 대한변리사회와 함께 한국공인노무사회,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한국관세사회, 한국세무사회 등 5개 전문자격사단체는 지난 4월 궐기대회를 열고 “법사위는 변호사가 아니라 국민의 이익을 위한 곳이어야 한다”고 뜻을 모은 바 있다.
홍 회장은 21대 국회에서도 변리사법 개정안이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실제 이달 15일 열린 2소위 심사에선 변리사법 개정안이 안건으로 올라가지 못했다. 홍 회장은 “대한변리사회장으로서 법사위를 비판하는 게 리스크가 크다는 걸 안다. 그만큼 개혁이 절실하다고 확신한다”며 “결국 자구·체계 심사권을 폐지하거나 법사위원의 법조인 구성을 최소 30% 아래로 낮춰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