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 김상철 한컴회장 최측근 비서 소환… 김 회장 조사 초읽기

1000배 급등 아로와나, 시세조작의혹 실체 밝혀지나
이미 출국금지 된 김 회장, 경찰 소환 초읽기 전망

암호화폐 발행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으로 김상철 한글과컴퓨터(한컴) 회장을 조사 중인 경찰이 김 회장 최측근 비서를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했다. 김 회장의 개인 계좌 입출금 등 각종 업무를 지근거리에서 처리해온 비서를 통해 의혹을 집중추궁한 경찰이 조만간 김 회장을 소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6일 경찰과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 13일 아로와나 토큰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한컴그룹 비서실장 격인 이모씨를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했다. 이씨는 10여년간 김 회장을 옆에서 보좌한 비서로 김 회장의 각종 지시 사항을 이행하고 그룹 내 관계자들에게 전달하는 등 핵심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컴 그룹 내부에선 이사 직함을 사용한다고 한다.

 

김상철 한글과컴퓨터 그룹 회장. 한글과컴퓨터 제공

경찰은 확보한 계좌추적 내용과 아로와나 토큰의 실소유주가 김 회장이라는 의혹에 대해 이씨를 추궁하는 한편, 비자금 조성에 대한 김 회장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씨는 이에 대해 “모른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가 경찰 조사를 받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경찰은 이씨를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했는데, 당시에도 이씨는 아로와나 토큰과 관련한 사업 일체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이에 경찰은 이씨를 피의자로 전환해 이씨 입을 여는 데 집중했다.

 

아로와나 토큰은 한컴 계열사인 한컴위드 투자 소식이 알려지면서 2021년 4월20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 상장하자마자 급등했다. 30분 만에 토큰당 가격이 50원에서 5만3800원으로 1075배 치솟았다. 이후 가격이 급락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특정 세력에 의한 시세 조작이란 의혹이 불거졌다.

 

빗썸 홈페이지 캡처

경찰은 아로와나 토큰 개발사인 아로와나테크의 실질적인 소유주가 김 회장으로, 김 회장이 아로와나 토큰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 언론에 공개된 김 회장 관련 녹취록에는 아로와나 토큰의 실소유주를 김 회장으로 하는 이면계약이 있고, 김 회장이 아로와나 토큰으로 비자금을 조성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씨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된 만큼 조만간 김 회장 소환도 점쳐진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한컴타워와 김 회장 자택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아로와나 토큰과 관련한 서류와 김 회장 휴대전화 등을 확보해 증거를 모으는데 집중했다. 또 경찰은 이번에 피의자 소환조사를 받은 이씨 뿐만 아니라 정모 아로와나테크 대표를 포함해 아로와나 토큰 사업에 관련된 한컴측 인사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회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하며 소환카드를 검토해왔다.

 

김 회장과 한컴 측은 아로와나 토큰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김 회장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한컴을 경영하며 횡령 및 배임 등 회사 공금을 유용한바 없고, 아로와나 토큰이 상장 후 가격이 급등해 언론의 관심을 받은 것일 뿐 현재까지 아로와나 토큰으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는 없다”고 밝힌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