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 자바체프와 그의 부인 잔 클로드는 공공장소나 자연 공간을 거대한 크기로 포장하는 작업을 주로 했다. 퐁네프다리를 천으로 감싸기도 했고, 플로리다의 작은 섬들 주변을 분홍색 천으로 두르기도 했다. 이번에는 콜로라도의 한 계곡에 천으로 커튼을 친 작품을 선보였다. 제목은 ‘밸리 커튼’. 1970년대에 유행한 대지미술 작품이다. 미술작품을 삶의 현장이나 자연 속에 설치해서 환경과 작품의 관계에서 의미를 읽어내도록 하는 양식이다.
대지미술은 똑같은 작품이라도 그것을 어느 장소에 놓느냐에 따라 의미나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작품 규모가 커지면서 미술가의 작업은 특정 장소를 노출하는 것이며, 그 자체가 작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무슨 효과가 있을까? 작품이 설치된 뒤 어느 날 이 계곡 길로 자주 다니던 사람이 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된다. 계곡을 사이에 둔 두 산의 능선을 볼 수 있고, 커튼 위로 펼쳐진 하늘도 보게 된다. 그뿐일까. 계곡 아래 땅과 작은 나무들과 굴러다니는 돌들도 볼 수 있고, 바람에 불룩해진 커튼을 통해 계곡을 관통하는 바람의 존재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