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지자체 26% 서점 한곳도 없어 “韓 문화사랑방역할 증가세” 보도 버스·지하철 휴대전화 보는 사람만 서점·독서인구 늘리는 고민 필요
지난달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실린 ‘거리의 서점, 일본은 계속 감소, 한국은 충실한 지원에 증가 경향’이란 제목의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이 기사는 한국 서점계에서 주목해야 할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지방 도시에 작은 독립서점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자료를 인용해 2003년 3589곳이던 서점이 2015년 2165곳으로 줄었다가 2021년 2528개로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소개했다. 둘째, 서점이 문화적·사회적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요미우리는 “지역에 밀착한 독립서점은 (대형서점) 체인과 달리 카페 등을 겸하거나 시나 미술 등 전문분야에 특화돼 특색 있는 곳이 많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정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의 서점 지원책이 출판업계 내 민간중심이란 점과 대비된다며 부러움 섞인 분석을 내놨다.
사실 한국의 서점업계 상황이 이 정도로 긍정적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지난해 말 발표된 일본의 서점 관련 통계가 준 충격이 이어지면서 한국의 상황을 다소 과장되게 해석한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일본 출판문화산업진흥단체(JPIC)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조사에 따르면 전국 1741개 기초지자체 중 456개(26.2%)는 서점이 한 곳도 없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해당 조사는 “대형 중개업체를 경유해 신간 서적을 판매하는 서점”을 대상으로 한 것인데 “조사 방법이 달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2017년에 조사 당시에는 (서점 없는 기초지자체 비율이) 22.2%였다”고 전했다. 광역지자체인 오키나와현(56.1%), 나가노현(51.9%), 나라현(51.3%) 세 곳에서 ‘서점 제로(0)’ 기초지자체가 절반을 넘었다. 후쿠시마현(47.5%), 구마모토현(44.4%), 고치현(44.1%), 홋카이도(42.5%) 네 곳은 40%를 넘었다.
서점과 독자들이 많아 ‘출판대국’임을 자부해 온 일본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만한 상황이고, 스스로 느끼는 위기감이 클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일본 서점업계가 시도하고 있는 것이 요미우리가 한국 서점업계의 강점으로 꼽은 문화 거점으로서의 지역 밀착형 독립서점의 확대와 국가 지원의 확보다. 서점을 지역민의 커뮤니케이션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시민활동이 늘고 있다고 한다. 서점업계의 지원요청을 받은 정치권은 중소서점 활성화를 위해 인터넷서점과의 경쟁 환경 정비, 출판물에 대한 세금 경감, 신규 서점에 대한 지원, 쿠폰 지급 등을 검토 중이다.
‘문화의 근간’으로서 책의 위기는 일본은 물론이고 요미우리가 자기네들 사정보다는 낫다며 부러워하긴 했지만 한국도 마찬가지다. 이런 어려움을 타개해가기 위한 고민과 노력은 어디나 마찬가지다. 책을 접하는 통로인 서점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고, 이를 위해 정부, 지자체 등이 지원책을 어떻게 확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깊어져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가장 중요한 건 책을 읽는 사람이다. 독자가 많아야 책이든 서점이든 늘 것이고, 그렇게 다시 독자가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일본 버스나 지하철에서 책을 읽고 있는 승객들을 볼 때가 있다. 일본 특유의 독서문화 중 하나로 꼽히는 문고본(文庫本)을 보는 이들이 많다. 작고 가벼워서 어디서나 쉽게 꺼내 독서를 즐길 수 있는 형태다. 무슨 책을 읽나 싶어 제목이라도 볼라치면 십중팔구는 책꺼풀을 씌어 놓아 알 수가 없는데, 이것 또한 일본의 독특한 것이다 싶어 흥미롭다. 일본 지인에게 물어보니 “책을 깨끗하게 보려는 습관이기도 하고, 읽고 있는 책이 무엇인지 드러내는 걸 싫어하는 성향도 있다”고 했다.
일본에서도 많이 사라진 풍경이다. 버스, 지하철에서 승객들이 뭔가를 들여다보고 있다면 대부분은 휴대전화다. 책과 점점 멀어져 가는 상황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그래서 책 읽는 승객의 존재가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