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경애(58·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의 항소심 재판 불출석으로 학교폭력 사건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패소한 고(故) 박주원양 유족 측이 20일 ‘경험과 덕망이 있는 자’를 대한변호사협회(변협) 변호사징계위원회의 위원 자격으로 규정한 변호사법 조항에 관해 “도대체 그 오랜 경력과 덕망이 대체 뭐냐”고 울분을 토했다.
주원양의 어머니 이기철씨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이런 결정을 내린 그 덕망이 뭔지 계속 묻고 싶고, 세상에도 묻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인간의 도리와 사람의 순리만을 생각하며 여태 살아왔다”며, “‘자기들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런 대답만 들으며 온갖 곳에서 짓밟히면서 살아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앞서 변협은 지난 19일 서울 서초동 변협회관에서 징계위 전체회의를 열고 4시간30여분 논의 끝에 권 변호사에 대해 ‘정직 1년’ 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날 전체 징계 위원 9명 중 8명이 참석했으며, 권 변호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권 변호사의 ‘성실 의무 위반’ 정도를 중한 사안으로 판단했다고 변협은 징계 사유를 밝혔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징계 종류는 영구 제명, 제명, 3년 이하 정직, 3000만원 이하 과태료 그리고 견책 등 총 다섯 가지다.
이 법은 징계위 구성에 관한 조항인 제93조에서 ▲법원행정처장이 추천하는 판사 1명과 변호사가 아닌 경험과 덕망이 있는 자 1명 ▲법무부장관이 추천하는 검사 1명과 변호사가 아닌 경험과 덕망이 있는 자 1명 ▲대한변호사협회 총회에서 선출하는 변호사 3명 ▲대한변호사협회의 장이 추천하는 변호사가 아닌 법학 교수 및 경험과 덕망이 있는 자 각 1명 등 총 9명으로 징계위를 구성한다고도 밝히고 있다.
각 조항에 ‘경험과 덕망이 있는 자’를 둔다고 규정해 그만큼 변호사 징계를 무겁게 다룬다는 취지로 보이지만, ‘중한 사안’으로 권 변호사 징계 논의를 본다던 변협의 설명이 실제 징계에 반영된 게 맞느냐며 이씨는 되묻고 있다.
이씨는 권 변호사 징계가 내려진 후에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징계 신청을 내가 해서 징계위가 열렸으면 불복신청이 가능한데, 변협이 말한 ‘중대한 사안’이라서 직권으로 열린 징계위는 권경애 변호사만 불복신청이 가능하다고 한다”며 “절차상 그들은 다 계획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앞서 권 변호사는 학교폭력에 시달린 끝에 2015년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주원양의 어머니 이씨를 대리해 이듬해 가해자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해 9~11월 총 3회에 걸쳐 항소심에 출석하지 않으면서 패소했다. 이마저도 패소 사실을 권 변호사가 유족 측에 알리지 않으면서 상고도 못해 판결이 확정됐다.
권 변호사는 변협에 ‘건강 문제로 소송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고, 변협 조사위원회는 징계위에 앞서 지난 5월부터 한 달간에 걸친 조사외 내부 검토를 거쳐 정직 6개월 이상의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징계위에 건의했다.
이씨는 권 변호사와 그가 속한 법무법인, 같은 법인 소속 변호사 2명을 상대로 총 2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올해 4월13일 서울중앙지법에 낸 상태다. 하지만 폐문부재, 이사불명 등의 사유로 소장이 권 변호사에게 세 차례 송달되지 못했다가 이달 15일에서야 전달돼 곧 본격적인 심리 절차가 시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