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 KB손해보험의 아웃사이드 히터 홍상혁(25)은 한양대 재학 시절 공격과 리시브에서 두루 재능을 보이며 주목받았다. 3학년 때 한양대의 대학리그 우승과 득점 1위를 거머쥐었던 홍상혁은 졸업하지 않고 ‘얼리’로 2019~2020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해 김명관(한국전력 지명, 現 현대캐피탈)에 이어 전체 2순위로 KB손해보험 유니폼을 입었다. 황택의(27)라는 걸출한 세터를 보유한 KB손해보험은 ‘지명권 추첨에서 1순위가 김명관이 아닌 홍상혁을 지명했을 것’이라는 평가를 남길 만큼 홍상혁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프로의 벽은 높았다. 첫 두 시즌엔 주로 교체선수로 출전해 득점도 30점, 21점에 그쳤다. 3년차 시즌엔 28경기 163득점을 기록하며 준주전급으로 올라섰지만, 프로 입성 전 기대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이었다. 4년차였던 2022~2023시즌엔 두 살 위 선배들인 황경민, 한성정(現 우리카드)에 밀려 출전 기회가 더 줄어들었다.
5년차 시즌을 준비 중인 홍상혁의 각오는 더없이 비장했다. 19일 수원에 위치한 KB손해보험 인재니움에서 만난 홍상혁에게 다가올 2023~2024시즌은 그야말로 ‘배수의 진’이다. 군 입대 전 자신의 이름 석자를 확실히 각인시키고 떠나겠다는 포부을 힘주어 말했다.
2022~2023시즌을 마치고 3월17일부터 휴가를 받아 지난 5월1일 복귀한 홍상혁은 차근차근 몸을 만들고 있다. 그는 “볼 운동보다는 웨이트 위주로 몸을 만들고 있어요. 부상 안 당하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웨이트로 몸을 만들고, 제게 가장 알맞은 체중을 만들기 위해 감량을 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193cm의 신장인 홍상혁이 느끼는 본인의 적정 체중은 88kg 정도다. 홍상혁은 “현재는 92kg 정도 나가요. 시즌 전엔 90kg 아래까지 뺄 겁니다”라고 말했다.
휴가 기간 동안 홍상혁은 여자 친구와 일본 여행도 다녀오며 시즌 중에 누리지 못한 여흥도 즐겼지만, 틈틈이 몸 관리도 했다. 그는 “휴가 때는 평소 운동량보다 적게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걸 채우려고 크로스핏도 해봤는데, 잘 맞더라구요. 복귀해서도 꾸준히 하고 있어요”라고 답했다.
2022~2023시즌을 마치고 KB손해보험은 홍상혁의 포지션인 아웃사이드 히터에서 선수 구성 변화가 생겼다. 아웃사이드 히터 중 현역 최고 수준인 나경복이 FA 자격으로 우리카드에서 KB손해보험으로 옮겼다. 상근 예비역으로 입대한 나경복은 현대 대표팀에 소집되어 있다. 다가올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병역 혜택을 보지 못한다면, 내년 시즌부터 KB손해보험 소속으로 뛸 예정이다. 나경복이 자리를 비우게 될 2023~2024시즌을 마치고 군입대를 생각하고 있는 홍상혁은 차기 시즌이 자신의 앞날을 결정지을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홍상혁은 “(나)경복이형이 오기 전에 제 위치를 제대로 새기고 입대를 하고 싶어요. 그래야 돌아와서도 제 자리가 있지 않을까 싶거든요. 그래서 더욱 열심히 하려고 해요”라고 답했다.
차기 시즌 KB손해보험의 아웃사이드 히터 두 자리 중 하나는 지난 시즌에도 주전으로 뛰었고, 비시즌 동안 총액 6억500만원(연봉 5억원, 옵션 1억500만원)의 계약을 맺은 황경민이 어느 정도 굳힌 상황이다. 우리카드와의 트레이드로 한성정이 황승빈과 유니폼을 바꿔입으면서, 나머지 한 자리를 두고 홍상혁과 지난 4월 제주도에서 열린 아시아쿼터에서 뽑은 대만 국가대표 출신의 리우 훙민이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홍상혁은 리우 훙민과의 주전 경쟁에서 자신감을 내보였다. 그는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 장면을 유튜브로 보면서 리우 훙민 선수의 경기 영상을 봤다”면서 “공격적인 면에서는 제가 좀 앞서있다고 생각해요. 리시브나 수비도 꾸준히 연습하고 있으니 제가 주전을 차지할 수 있을 거에요”라고 말했다.
어느덧 프로 5년차를 맞은 홍상혁은 대학 때의 주목도나 기대에 비해 성장세가 다소 더딘 편이다. 이에 대해 묻자 홍상혁은 “프로에 처음 오니 그 벽이라는 게 엄청 높게 느껴졌어요. 이제 매년 할 때마다 그 벽은 낮아지는 느낌이긴 해요. 좀 편해지기도 했구요”라면서 “기회를 좀 부여받은 3년차 시즌과 지난 시즌엔 초반엔 몸 상태가 정말 좋았다가 점점 떨어지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비시즌 때 너무 몸상태를 빨리 끌어올려서 그런 것 아닌가’라는 자체 분석을 해서 다가올 시즌엔 천천히 몸상태를 끌어올릴 계획이에요”라고 답했다.
홍상혁은 2023~2024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획득한다. 상무 입대도 계획하고 있고, 현재 만나고 있는 여자친구와도 결혼 얘기가 오갈 만큼 진지하게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사이인 만큼 홍상혁에겐 2023~2024시즌은 배구선수로서의 미래를 위해서도, 한 가정의 가장이 될 준비를 위해서도 더없이 중요하고도 절실한 시즌이다. 선수의 미래도, 인터뷰 말미에 홍상혁은 다시 한 번 굳은 각오를 내보였다.
“다가올 2023~2024시즌엔 그동안 못 보여드렸던 제 실력을 다 보여주고 가겠습니다. 팬분들은 정말 기대하셔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