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 강사들, ‘킬러 문항’ 배제에 불만 표출… ‘밥그릇 챙기기’ 비판 [수능 개혁 이슈]

사교육 시장서 막대한 수익 거두면서
불만 공개표출 타당하냐는 지적 많아
일부 강사, 정부 비판글 올렸다 삭제도

정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에서부터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제)’을 배제하기로 한 데 대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이른바 ‘일타 강사’들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하지만 수능 초고난도 후보 문항 개발 및 강의를 통해 100억원가량의 연봉 등 막대한 부를 누리게 된 학원 강사들이 정부의 대입 제도 정상화 움직임에 비판 목소리를 내는 것은 ‘볼썽사나운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20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이 쉬는 시간을 맞아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치동 학원가에 따르면 수능 과목 중 역사와 세계사를 가르치는 유명 강사 이다지씨는 2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글을 삭제했다. 이 강사는 지난 17일 “학교마다 선생님마다 가르치는 게 천차만별이고 심지어 개설되지 않는 과목도 있는데 ‘학교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 수능을 칠 수 있게 하라’는 메시지라…”라는 내용의 글을 게시한 적 있다. 17일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수능 6월 모의평가를 비롯해 2023학년도 본수능 등에서 다수 출제된, 공교육 교육과정 내에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국어 비문학 및 과목 융합형 문제 등 소위 킬러 문항에 대해 강하게 질책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이었다.

역시 수학 ‘일타 강사’로 유명한 현우진씨는 비슷한 시기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애들만 불쌍하지”라며 “쉬우면 쉬운 대로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혼란인데 정확한 가이드를 주시길 (바란다)”이라고 적었다. 국어 영역 강사인 이원준씨는 “한국은 교육 면에서 비교적 평등하면서도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가 강한 사회이고 학력이 세습되는 미국에 비해 공정함과 효율성을 갖추고 있다”며 “더 좋은 대안이 없다면 섣부른 개입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 원인이 된다”고 했다. 이씨는 윤 대통령이 지적한 국어 비문학 영역에 대해 “수능 비문학을 무력화하면 수능 국어 시험은 인공지능 시대에 고전 문학이나 중세국어 위주로 가게 되고 한국 엘리트들은 국가 경쟁력을 잃고 뒤처지게 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러한 ‘일타 강사’들의 공개적인 비판 의견에 일부 여론은 오히려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제도 개혁의 옳고 그름과 관계없이 사교육을 통해 수십∼수백억원의 막대한 수입을 벌어들인 최대 수혜자들이 변화에 반대하는 게 과연 타당하냐는 지적이다. 실제 현씨는 2017년 자신의 소득세가 130억원임을 직접 인증하며 수입을 공개한 바 있다. 이씨는 과거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등에 출연해 자신의 수입차와 고급주택 등을 보여 주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연합뉴스

강사들이 글을 쓴 소셜미디어 댓글 창엔 비난 글이 이어졌다. 한 작성자는 “애들한테 번 돈으로 수입차 사고 호화로운 주택에 살면서 그걸 자랑하는 게 교육자의 태도라 할 수 있냐”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수능을 배운 거에서만 내라는 게 왜 잘못이냐”, “밥줄 끊길까 봐 그러냐” 등의 비판이 계속됐다. 일부는 “학생들 위하는 척 글을 올린 건 경솔했다”며 “솔직히 살면서 알 필요가 전혀 없는 고난도 문제 한두 개라도 맞추려고 부모님이 노후 대책까지 포기하면서 학원에 다녀야 하는 현실에 처한 아이들이 제일 불쌍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