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초기지 청사진 구체화 … 특화단지 유치에 총력 [지방기획]

이천시, 미래 먹거리 발굴 박차

산업부 국가첨단전략사업 공모 접수
SK하이닉스와 초격차 기술 개발 추진
중기 등과 반도체 생태계 구축 구상도
경기서만 7곳 신청… 치열한 경쟁 예고

양질의 일자리 등 8대 정책 과제 내세워
출산·육아 지원 등 복지 사업에도 박차

‘쌀의 고장’인 경기 이천시가 미래 먹거리이자 첨단산업의 ‘쌀’인 반도체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유치전에 뛰어든 이천시는 민선 8기 1주년을 맞아 반도체산업의 전초기지로 거듭나겠다는 청사진을 구체화하고 있다.

21일 이천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월 경기도를 거쳐 산업통상자원부에 국가첨단전략사업 공모사업을 접수했다. 이번 공모는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특화단지 지정에 방점이 찍혔다. 시에선 부발읍·대월면 일대 공업지역 약 127만㎡(38만평)가 대상이다.

지난해 9월 열린 경기 이천시 반도체기업 협의체 발족식에서 김경희(왼쪽 다섯 번째) 시장과 관내 반도체 기업 관계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천시 제공

◆반도체산업 거점… 특화단지 유치전



특화단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의 3개 분야에 걸쳐 국가의 미래 먹거리가 될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해 정부 주도로 추진된다. 산업부와 전문위원회 검토를 거쳐 국가첨단전략산업 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친다.

이번 공모에는 이천을 비롯해 인근 용인·화성·평택·안성·고양 등 도내에서만 7곳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충북과 강원, 전남, 광주, 경북 등 광역지방자치단체들도 신청해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시는 특화단지 지정을 통해 연구개발(R&D) 예산과 전력·용수 등 인프라 구축 비용, 인허가 신속처리 특례, 각종 부담금 감면 등의 지원을 확보할 방침이다. 반도체 관련 신기술 확보와 기업 투자도 유도할 계획이다.

공모안에는 반도체 선도 기업인 SK하이닉스와 함께 선도 기술 전초기지를 조성해 초격차 기술 개발을 전략적으로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차세대 우수 기술인력 육성과 반도체 중소기업 발전 기반 마련 등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관한 구상이 포함됐다.

경기 이천시의 SK하이닉스 공장. 이천시 제공

이천시는 공모 대상지인 부발읍·대월면 일대의 공업지역 외에 주변 대월2일반산업단지에도 반도체 기업을 유치하고, 지식산업센터 등을 활용한 연구 시설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시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하이닉스 본사를 품고 있어 전략산업을 영위하는 사업자가 있어야 한다는 신청 요건을 충족했다. 현재 하이닉스의 3개 공장이 가동돼 이곳에서 제품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아울러 관련 R&D 사업이 지속해서 추진돼 조속한 성과 확보가 가능하다.

이는 산업 인력 육성에도 강점이 된다. 반도체산업의 초급 인력부터 고급 인력까지 지역에서 키워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시는 현재 지역 학교, 반도체 기업체 등과 협업해 세라믹기술연구원(이천분원),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반도체산업협회와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4월 열린 경기 이천시와 이천제일고등학교의 반도체 계약학과 추진 업무협약식에서 김경희 시장(왼쪽 두 번째)과 김동섭 SK하이닉스 사장(〃 첫 번째) 등이 협약서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천시 제공

지난달 18일 진행된 특화단지 유치 추진전략 평가회에선 이 같은 시의 모습이 강조됐다. SK하이닉스와 세라믹기술원 등이 ‘원팀’으로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데 무게를 뒀다. 시는 세라믹종합솔루션센터에 반도체용 소재·부품 생산을 위한 테스트베드를 확장하고, 이천시만의 맞춤형 실무 인재 양성으로 기업의 집적화와 정착 기반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이천에는 우수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과 ASML, TEL, AMAT, 램리서치 등 해외 반도체 기업의 한국사무소가 있다.

꾸준히 증가하는 청년 인구와 사통팔달의 교통망도 이천시의 강점이다. 남북을 가르는 중부고속도로와 동서를 가로지르는 영동고속도로가 교차하고 서울에서 충주를 잇는 국도 3호선과 수원에서 여주를 잇는 국도 42호선이 있어 교통요충지로 꼽힌다. 최근에는 경강선과 KTX 중부내륙선이 개통되고 직행 좌석형 광역버스들이 잇달아 노선을 확충하고 있다.

이는 산업의 집적화에 유리하고, 반도체 초기 시장 수요 창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는 특화단지로 선정되면 R&D 예산과 전력·용수 등 인프라 구축비용, 인허가 신속처리 특례, 각종 부담금 감면 등 지원이 이뤄져 반도체 관련 신기술 확보와 기업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기업하기 좋은 도시’ 이천의 강점은 미래 지향적인 도시 계획 수립과 산업 집적화를 위한 산업단지 조성, 기업 투자 관련 각종 규제 개선 노력, 자금 지원을 포함한 기업 지원 시책 등과 어우러져 힘을 얻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 양질의 일자리 창출

이런 노력은 현장 간담회로도 이어졌다. 김경희 시장은 지난 13일과 15일 잇달아 지역 반도체 기업 관계자들과 만나 머리를 맞댔다. 회의에선 R&D 강화와 신속 인허가, 채용 등에 관한 논의가 진행됐다. 시는 반도체 기업들의 건의 사항을 수렴해 투자 유치 태스크포스(TF) 운영, 기업별 맞춤 취업 설명회 등의 실질적 지원책을 실행하기로 했다. 김 시장은 “성장 엔진이 꺼지지 않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듣고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며 “열심히 준비한 만큼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앞서 민선 8기 공약 사업으로 반도체산업 육성과 지원을 위한 사업들을 내세운 바 있다. 첨단산업벨트의 거점을 구축하고, 대월산업단지를 친환경 첨단산업단지로 2025년까지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SK하이닉스 협력 업체와 첨단 업종 기업이 입주하도록 하는 공약도 추진하고 있다. 부발역세권과 하이닉스 배후도시를 연결해 반도체 기반의 미래첨단산업도시로 키우고 여기에 미래도시 체험관과 차세대 반도체 연구단지, 첨단 인재 양성을 위한 정보기술(IT) 대학 등을 임기 안에 유치해 4차 산업을 선도하는 미래형 도시로 키운다는 복안이다.

이런 청사진은 지난해 7월 경기연구원과 함께 진행한 반도체산업 실태와 지원 방안을 토대로 반도체 육성 종합계획에 반영됐다. 또 반도체 기업 협의체를 구성해 규제 개선 건의를 이어 오고 있다. 올 2월에는 김 시장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중첩 규제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하고 규제 완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선 첨단 업종에 한해 공업용지 조성 허용 면적을 50만㎡까지 상향해 달라는 얘기도 오갔다. 실제로 시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이나 팔당상수원보호구역 등 중첩 규제로 40여년간 역차별을 받아 왔다.

이천시는 인구 23만여명, 연 예산 1조1600억원 규모의 경기 남부 도농 복합도시이다. 높은 주택 보급률(109%)을 나타내며 관내에 1200여개 기업, 4만5000여명이 일하고 있다. 이 중 대기업은 7개(2만2000여명), 중견기업은 25개(4600여명)이다.

지난해 출범한 민선 8기 이천시의 8대 정책과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품격 있는 복지도시 △행복한 교육도시 △친환경 녹색도시 △매력적인 문화관광도시 △안전하고 살기 좋은 계획도시 △살기 좋은 농촌, 미래 농업 육성 △어디서나 편리한 교통 환경이다. 특히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반도체산업 육성이 첫손으로 꼽힌다. 출산·육아 지원, 공공의료 확충, 생활체육 기반 조성, 공원 건설, 관광 명소 개발, 농촌 환경 개선과 소득 창출 등의 사업도 이어지고 있다.

 

◆김경희 경기 이천시장 “기업이 투자할 환경이 중요… 규제 풀고 다양한 산업 전개”

 

“‘기업하기 좋은 도시’ 이천을 만들고, 튼튼한 미래 산업의 기반을 조성하겠습니다.”

 

김경희(사진) 경기 이천시장은 올해를 민선 8기 원년의 해로 꼽았다. 김 시장은 22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일자리가 넘치는 첨단산업도시를 꿈꾸며 지난 1년의 여정을 이어 왔다”며 “‘이천을 새롭게, 시민을 힘나게’라는 목표를 두고 밤낮 없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중요하다”면서 “반도체산업 육성과 지원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중첩 규제를 풀어 미래 반도체산업의 전초기지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뛰고 또 뛰었다”며 “대통령을 만나 건의했고 행정안전부·국토교통부·환경부 장관 등 이천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이라면 누구라도 기회 닿을 때마다 만나 도움을 요청했다”고 회상했다.

 

특히,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공모에 도전한 것을 강조했다. 올해 초에는 반도체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관련 조례까지 제정했다. 이천제일고등학교와 반도체 계약학과 신설 업무협약을 맺는 등 중장기 계획도 내놨다.

 

정부가 보통교부세 ‘불교부단체’로 지정한 지 1년 만에 다시 778억원의 국·도비를 확보한 것도 언급했다. 이렇게 확보한 국·도비는 민생 안정 추가 대책 수립과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 서민·소상공인 지원 등에 사용됐다. 그는 “경제·복지·문화·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시민이 체감할 만한 변화를 이뤄가는 과정은 이천의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디서나 살기 좋은 이천, 희망찬 이천의 미래를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가겠다. 한 걸음씩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김 시장은 1973년 9급 면직원으로 시작해 2급 이사관으로 퇴임한 행정공무원 출신이다. 경기도 비전기획관과 행정안전부 감사담당관, 이천시 부시장 등 중앙과 지방을 오가며 40여년간 경험을 쌓았다. 내무부(현 행안부) 시절에는 주민등록 전산화 사업의 성과를 인정받아 첫 여성 사무관으로 임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