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첨단반도체 등 민감한 기술을 보유한 역내 기업의 과도한 제3국 투자와 역내 중요 인프라 및 기업의 제3국 인수 등에 제동을 걸기로 했다. 또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해가 강화되는 한편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단은 20일(현지시간) 주간 집행위원단 회의에서 직접 거론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내용의 ‘유럽경제안보 전략’ 통신문(communication)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통신문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EU 집행위원회의 정책구상 방향을 담은 문서를 이를 시작으로 정책 추진을 위한 입법 작업이 본격화된다. EU가 포괄적인 경제안보전략 수립 추진을 공식화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이달 말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구체적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14장 분량의 통신문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양자기술, 첨단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민감한 기술 보유 기업의 ‘해외 투자’ 규제를 시사한 대목이다. 관련 기술 혹은 제품을 보유한 역내 기업이 저렴한 인건비 등을 위해 제3국에 공장을 짓는 등의 투자 행위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군사용으로 전용 가능성이 있는 ‘이중용도’ 제품군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한 수출통제도 예고했다. 해외 기업이 EU 안에 있는 핵심 인프라나 기업을 무분별하게 인수하는 것을 막고자 외국인 직접 투자 심사도 강화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3월 방중을 앞두고 디리스킹(위험 제거)을 새로운 대중 정책으로 천명하면서 경제안보전략 발표를 예고한 바 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당시 “중국과 관계를 단절하는 것은 실행이 가능하지도, 유럽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본다”며 “중국과 관계 분리가 아니라 위험 요소를 없애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에 대한 EU의 접근 방식을 두고 회원국 간 이견이 여전히 적지 않은데다 복잡한 입법 절차를 고려하면 실제 세부 입법이 마련돼 시행되기 전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중국도 EU의 이번 조치에 대해 “중국은 위험하지 않기때문에 이런 조치는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즈는 “경제 안보는 EU에 대한 중국 투자에 대한 장벽을 설정해 유럽 기업의 이익을 해칠 것”이라며 “중국과 EU는 상호 이익이 되는 협력을 계속할 수 있는 공통점이 많기에 지정학이 아닌 실용적인 협력에 기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