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금융 취약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금융 취약성이 가계대출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집 마련을 위한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데다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율이 올라갈 우려가 있다는 점이 취약 리스크(위험)로 지목됐다.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하반기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금융취약성지수는 48.1로 잠정 집계돼 지난해 말(46.1)보다 소폭 상승했다.
금융취약성지수는 금융시스템 내 잠재 취약성을 식별하기 위한 지수로, 중장기적인 금융불안 요인을 보여주는 지표다.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7년 2분기를 기준치(100)로 이에 가까울수록 금융 취약성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올해 1분기 금융취약성지수는 2007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의 장기 평균(39.4)보다 높다.
자영업자의 부채도 불안 요소다. 코로나19 충격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대출빚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자영업자대출 잔액은 1033조7000억원으로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 말보다는 50.9% 증가했다. 반면 소득은 2019년 말의 92.2% 수준에 그치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이 취약차주와 비은행권 위주로 증가하고 있어 전반적인 부채의 질도 악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향후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대출금리 부담이 유지될 경우 취약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 규모가 확대될 위험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은 올해 말 취약차주의 연체위험률이 18.5%로 전년 말(14.4%)보다 4%포인트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는 오는 9월 종료되는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에 대한 상환 유예조치 종료에 따른 영향은 고려되지 않았다. 상환유예 조치를 이용한 자영업자가 거치기간 1년 후 최대 60개월 분할상환을 이용할 수 있어 원리금 상환기간이 충분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한은은 “취약차주의 채무 재조정을 촉진하고, 중장기적으로 자영업자 부채구조를 단기에서 장기로, 일시 상환에서 분할상환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연체 위험 대출이) 전체 자영업자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금융시스템 전체의 안정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이날 한은은 우리나라의 금융시스템이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 글로벌 은행 불안에도 대체로 안정된 모습을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도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