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충북도청사가 있는 청주 상당구의 한 교차로. 편도 3차 도로에 그어진 정지선과 횡단보도 간격이 익히 보아왔던 것보다 먼 듯 보였다. 아스팔트 도로를 재포장한 흔적으로 미뤄 기존 정지선을 지우고 횡단보도와의 간격을 더 넓혀 새롭게 그은 것으로 보였다.
줄자로 재어 보니 횡단보도와 옛 정지선 흔적 간 거리는 2m. 새 정지선은 이보다 3m가량 더 물러서 5m 지점에 그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길이가 약 3.6m인 2022년형 쉐보레 ‘스파크’ 1대가 들어가도 넉넉할 공간이다.
◆‘교통 베테랑’이 생각한 정지선 이격
◆횡단보도 보행자 사고 131건서 75건으로
정지선 재도색 효과는 컸다. 청원경찰서에 따르면 2017년 모두 131건이었던 청주 시내 교차로 횡단보도 내 ‘차 대 보행자’ 사고는 이격 첫해인 2018년 113건으로 감소한 데 이어 2019년 94건, 2020년 81건, 2021년 75건으로 계속 떨어졌다. 경찰 건의를 받아들인 청주시의 적극적인 정지선 재설치 추진 지원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의 ‘2022 교통노면표시 설치·관리 업무편람’에 따르면 정지선은 횡단보도에서 2~5m 전방에 설치할 수 있다. 도로 여건과 시인성 등을 고려해 조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부분 2m 정도인 횡단보도와 정지선 간격도 현행법상 문제는 없지만 차가 정지선을 넘어 정차할 때 안전거리가 짧아 사고로 이어질 소지는 있었다.
여론 평가도 긍정적이다. 청주시청 앞에서 만난 한 시민은 “횡단보도로 넘어오는 차를 볼 때면 보행자는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정지선까지 간격이 넓다면 안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주로 보행자가 많은 대로를 중심으로 재도색이 진행됐는데, 경찰은 시민 안전 확보를 위해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경남 창원시와 강원 동해시도 2020년 각각 교차로의 횡단보도와 정지선 사이를 5m까지 떨어뜨리는 정책을 시행하는 등 보행자와 차량 간 안전거리 확보에 나서고 있다.
◆중요한 건 운전자의 안전의식
정지선 이격의 교통사고 감소 효과에 의심 여지는 없지만, 이보다 중요한 건 보행자를 배려하고 정지선을 잘 지키는 운전자의 안전의식이다.
충북도청부터 청주대 사거리까지 횡단보도를 살피는 동안 정지선 넘어 멈춘 차량이 일부 눈에 띄었고, 어린이의 보행안전이 중시되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도 이 같은 모습이 포착됐다.
교통안전정책 구성 요소로 △교통안전시설 구축(Engineering) △교통안전 교육(Education) △교통 단속(Enforcement)을 언급한 최 과장은 “단속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운전자들의 안전의식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노력만 있다면 ‘정지선 이격’ 정책은 전국 어디에서든 할 수 있다”며 “어린이보호구역이나 노인보호구역 등을 중심으로 더욱 확대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