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보드 음주운전으로 면허 취소… 法 "과도한 처분"

술을 마신 뒤 전동킥보드를 탔다가 자동차 운전면허가 취소된 버스 운전기사가 법원 판결로 구제받게 됐다. 법원은 개인형이동장치(PM)는 자동차에 비해 사고 시 타인의 생명에 위협을 가할 위험이 낮고, 운전자가 면허취소로 감당해야할 불이익이 크다며 면허 취소 처분이 과도하다고 봤다.

 

22일 춘천지법 행정1부(부장판사 김선희)는 버스 운전기사 안모씨가 강원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자동차운전면허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안씨의 손을 들어주고, 소송비용은 강원경찰청이 부담하라고 판시했다.

 

안씨는 2021년 10월14일 오후 10시40분 강원 홍천군에서 면허정지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87% 상태로 전동킥보드를 몰다 경찰 단속에 걸렸다. 경찰은 도로교통법에 따라 안씨의 자동차 면허를 취소했다.

 

이에 안씨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중앙행심위에서 면허정치 110일로 처분이 가벼워졌지만 안씨는 다니던 버스회사를 퇴사하게 되는 등 생계유지에 타격을 입게 됐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안씨는 “대형차량 음주운전 위험성과 개인형 이동장치 위험성은 다르다. 운전면허를 취득할 당시에는 개인형 이동장치 음주운전에 관한 규정이 없었다”며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사건을 살핀 재판부는 “운전면허 정지로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해 버스 운전기사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된다”며 “개인형 이동장치를 자동차 음주운전과 차등을 두지 않고, 일률적으로 자동차 운전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과도한 행정제재”라고 판시했다.

 

이어 “개인형 이동장치는 시속 25㎞ 이상 운행할 경우 작동하지 않고, 차체 중량이 30㎏ 미만으로 자전거와 유사하다”며 “자동차 등에 비해 사고 시 위험성이 현저히 낮은 점 등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