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공동발의하고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 예고한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여당이 특별법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여야 의원들은 특별법과 해당 법안을 심사하게 되는 법안심사제2소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였다.
행안위는 22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상정했다. 법안을 두고 진행한 대체토론에서 야당 의원들은 특별법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날 행안위 야당 간사로 선임된 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특별법은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5만명이 넘게 서명했고 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소속 183인의 국회의원이 함께 발의했을 정도로 국회 내에서 대다수가 지지하고 우리 국민도 지대한 관심이 있는 법안”이라며 “국정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참사 책임자에 대한 인사 조치, 희생자 추모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 유가족과 생존자가 참여하는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 등이 필요하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여당 의원들을 향해 “희생자와 유가족의 눈물을 닦아주는 ‘상식 입법’에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도 한창섭 행안부 장관 직무대행에 “윤석열정부와 행안부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에 반대하느냐”고 물은 뒤 한 직무대행이 반대한다는 취지로 답하자 “정말 이해가 안 된다. 이태원 참사 같은 참사가 발생하면 제대로 된 역할을 행안부가 해야 하는데, 못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라고 질책했다.
이에 맞서 여당 의원들은 특별법의 취지에 의문을 제기하며 야당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비판했다.
행안위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은 “국민적 관심이 지대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상정하면서 전문위원의 검토 보고가 달랑 9줄에 그쳤다”면서 “과연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특별법이 유가족을 위로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것인가에 대해선 많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분이 이 법안이 세월호와 유사하다고 말하지만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이태원 참사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났고 대규모 검찰 수사와 보강수사가 진행됐고 국회의 국정조사까지 이뤄졌다”면서 “그로 인해 원인이 비교적 명확하게 규명됐고 책임자에 대한 책임 규명도 함께 이뤄지고 있으며 현재 사법부의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부연했다. 이 의원은 야당을 향해 “패스트트랙 지정 자체를 아예 포기하라. 특별법 처리를 여야 상임위에서부터 합의 처리하겠다고 공언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
여야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 심사를 맡게 될 2소위 위원장 자리를 둘러싸고도 충돌했다. 여야는 21대 후반기 원구성 협상에서 행안위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1년씩 교대로 맡기로 하면서 행안위 소위 위원장 역시 여야가 1년씩 교대로 맡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위원장 교대와 맞물려 민주당이 맡고 있던 1소위 위원장직을 국민의힘이 가져가고 국민의힘이 맡고 있던 2소위 위원장직을 민주당이 맡아야 하지만 국민의힘은 특별법 패스트트랙 지정이 예고돼 2소위 위원장 자리를 내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에서 2소위 위원장직을 두고 여야 간사들이 갈등을 빚자 민주당 소속인 김교흥 행안위원장은 국민의힘 입장은 이해한다면서도 “(패스트트랙은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정한 것이고 행안위는 행안위 나름의 소명이 있다”며 “최대한 합의 처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이날 정책조정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와 관련해 “패스트트랙 절차상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때부터 본회의 상정까지 최장 330일 걸린다”며 “오는 30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야 21대 국회 임기 내인 내년 5월 말에 본회의 상정해서 투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