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1만원 아래로 식사할 수 있는 식당을 찾기가 힘들어요.”
22일 정오, 서울 종로구 한 ‘고시식당’은 점심식사 중인 직장인들로 붐볐다. 고시생처럼 주머니가 가벼운 손님을 위해 저렴한 한식 뷔페를 운영하는 가게를 일컫는 고시식당에서 사원증을 목에 건 직장인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점심 한 끼 가격이 6000원인 이곳에서 식사를 마친 회사원 백모(30)씨는 “구내식당보다 싸서 자주 오는데 재료값이 올라 여기 밥값도 오를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식당 직원 임모(46)씨는 “코로나19가 끝난 뒤 직장인이 꾸준히 늘고 있어 손님을 더 유입하려는 차원에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며 “점심시간에만 200∼300명 손님이 오는데 이 중 60%는 직장인”이라고 말했다.
점심 한 끼 비용이 1만원을 웃돌며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한 직장인들의 사투가 벌어지고 있다. 물가 상승으로 직장인들의 점심값 지출이 늘어난 상황을 일컬어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다.
외식 물가가 고공행진하며 ‘하루 1만원 챌린지’에 나선 직장인도 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회사를 다니는 한지연(28)씨는 얼마 전 동료들과 함께 출근 후 퇴근까지 식사 비용과 커피값을 합쳐 1만원 내로 사용하는 챌린지를 시작했다. 한씨는 “자취하는 입장에서 저녁도 생각해야 해서 회사에서는 만원 내로 사용하려 한다”며 “여의도는 어딜 가도 밥값이 만원 언저리라 먹을 수 있는 메뉴나 가게가 한정돼서 챌린지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조모(29)씨는 아예 점심을 싸서 다닌다. 조씨는 “인터넷으로 도시락을 한 달치 주문해 점심값을 30만원에서 5만원으로 줄였다”며 “부서마다 점심을 싸서 다니는 사람이 한두 명씩은 꼭 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소비자가 많이 찾는 8개 외식 품목 중 서울에서 1만원으로 먹을 수 있는 외식 메뉴는 김밥(3200원)·자장면(6915원)·김치찌개 백반(7846원)·칼국수(8808원) 4가지뿐이다. 식사 후 커피 한 잔을 사 먹으면 그날 점심 지출은 1만원을 훌쩍 넘기는 수준이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회사를 다니는 김지원(29)씨는 “샌드위치랑 토마토 주스 한 잔을 사 먹었는데 2만2000원이 나왔다”며 “커피값이라도 아끼려고 음료는 회사에서 먹겠다”며 아쉬워했다.
저렴하게 끼니를 때우기 위해 편의점을 찾는 이들도 늘었다. 이날 점심시간 서울 용산구의 한 편의점의 의자 6개는 어느 식당보다 높은 회전율을 보였다. 인근 직장인들은 홀로 혹은 둘이서 김밥과 라면, 도시락 등을 10분 만에 해치운 뒤 빠르게 편의점을 떠났다. 주 5일 편의점에서 점심을 해결한다는 직장인 이모(25)씨는 “편의점 김밥은 한 줄에 1000원 조금 넘다 보니 사회초년생으로서 돈과 시간을 아낄 겸 자주 편의점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날 KB국민카드가 올해 수도권 5대 업무지구(광화문·강남·여의도·구로·판교)의 점심시간 매출을 분석한 결과 직장인들은 점심시간 월평균 21건을 결제하며, 한 건당 평균 1만1000원을 지불해 월평균 23만9000원을 소비했다. 2019년(20만4000원)과 비교하면 4년 새 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