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느티나무는 늠름하다. 초록을 왕성하게 뿜어내는 가지는 그간 이겨낸 세월을 보여준다. 200년 이상 자리를 지키며 자신을 주변에 내줬다. 빗물이 안으로 파고들어 썩고 외피는 갈라지고 떨어져나갔다. 이젠 인간의 손을 타야 한다. 안이 곪아 썩은 곳을 채우고, 하늘보다 땅을 향해 뻗게 된 가지가 다시 하늘을 향하도록 지지력을 복원한다. 서로 쓰러지지 않도록 와이어로 연결하고, 영양제를 놓아 수세를 회복시킨다.
지난 16일 오후 2시 대전 유성구 둔곡동 보호수 군락지. 성인 두 명이 팔을 벌려야 겨우 닿는 아름드리 느티나무에 인공수피(나무 껍질) 작업이 한창이다. 보호수 군락지 느티나무 외과수술은 한 달 반 만에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송대환 대전에코그린나무병원 대표의사는 지난달 중순부터 군락지에 있는 느티나무 5그루와 소나무 1그루 외과수술에 돌입했다. 이곳의 느티나무는 올해 수령이 230살이다. 1982년 200살이 되고 나서야 이곳 느티나무들은 보호수로 지정됐다.
나무 외과수술은 사람에 하는 수술과 같다. 썩은 곳을 도려내 생육할 수 있도록 치료한다. 수술이 끝나면 기력을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영양제를 놓는다.
◆나무가 아플 때는 나무병원으로
아파트나 공원 등 생활권 수목에 대한 국민 수요가 늘고 기후변화와 국제교류가 증가하면서 수목피해는 다양해지고 있다.
나무의사는 사람이나 동물을 치료하는 의사나 수의사와 같이 수목의 피해를 진단·처방하고 그 피해의 예방·치료를 담당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2018년 산림보호법 개정으로 도입됐으며 수목의 생리, 병해충 등에 전문지식과 전문자격을 갖춘 나무의사만이 수목의 상태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제도이다. 나무의사는 시민 생활과 인접한, 다시 말해 생활권인 공동주택·공원·가로수·학교·보호수·개인주택 등의 수목에 대한 진단과 치료를 한다. 나무 치료 과정은 수목 이상 진료 의뢰를 하면 수목 진단을 위한 협의를 한다. 수목 진단 방문 후 처방전을 발급한다. 수목 치료 의뢰가 들어가면 치료를 위한 협의를 하고 치료에 들어간다.
수목을 치료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수목이 각종 병해충 침입으로 정상적인 생육이 어려울 경우와 비생물적 요인인 외부 환경요인으로 인한 피해로 정상 생육을 할 수 없을 때이다. 치료는 나무병원에 소속된 나무의사가 현장을 방문해 정확하게 피해를 진단하고, 그에 따라 방제작업 등에 나선다. 비생물적 피해를 입었을 경우 주변 환경과 관리 이력 등을 조사해 수목의 피해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조치 및 처방을 한다. 수목의 외부에 상처가 큰 경우 외과수술을 시행한다. 외과수술은 현장 상황에 맞춰 시술 방법을 선택한다.
나무의사가 되기 위해선 국가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수목진료 관련분야 전공자나 수목치료기술자 중 경력자, 산림·조경분야 자격소지자가 나무의사 양성기관에서 교육을 받고, 의사시험에 합격한 후 자격을 취득한다. 이후 나무병원에 취업하거나 개원하면서 나무의사로 활동한다.
28일부터는 1종 나무병원과 2종 나무병원 두 종류로 운영돼오던 방식에서 1종 나무병원에서만 나무 치료를 할 수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나무의사제도 시행 이전엔 무자격자의 무분별한 농약 오남용, 잘못된 상식으로 수목 관리가 이뤄져 생활권 수목 관리가 엉망이었다”면서 “이를 바로잡고 시민들의 쾌적한 환경 조성을 위해 나무의사제도를 본격 운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