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신고가 안 된 ‘유령아동’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출생통보제가 거론되고 있지만 법제화를 위한 국회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출생신고도 되지 않은 채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영국과 독일, 미국 등 외국처럼 출생신고를 부모에게 한정하기보다는 아이들이 태어난 의료기관 등에 출생통지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감사원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5∼2022년 8년간 출산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안 된 2236명의 존재는 우리나라의 출생신고 체계의 한계 때문이다. 신생아 부모는 주민등록법상 출생 1개월 이내에 신고를 해야 하지만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 처분만 받는다. 산부인과 등 의료기관은 행정기관에 출생 사실을 통보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출생신고가 누락돼 아이들이 유기나 살해, 학대 등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사회 교육·복지 혜택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선 출생통보제 법제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영의 세이브더칠드런 선임매니저는 “출생 등록을 부모에게만 맡겨둔 현행 제도는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다”며 “출생통보제 등 제도 개선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도서관도 ‘출생통보제 도입 관련 영국, 미국, 캐나다, 독일 입법례’ 보고서에서 “해외의 경우처럼 병원 등 기관에서 출생하는 경우엔 해당 의료기관이, 병원 밖 출산의 경우엔 관여 의료인 또는 출산을 알게 된 사람에게 출생신고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치권은 뒤늦게 관련법의 조속한 처리를 약속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당장 대책 마련에 착수하겠다”며 출생통보제·보호출산제 등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를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를 도입하려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