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올 때마다 ‘아찔’…보행자 위협하는 ‘불법간판’, 관리는 [연중기획-안전이 생명이다]

한해 1만8000여건 철거
2016년부터 5년간 추락 등 사고 4010건
장마·태풍 시즌 앞두고 안전관리 도마위
당국, 철저한 사전 점검·안전조치 등 당부

“이런 상태였는데도 인명피해가 나지 않은 건 정말 천운(天運)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네요.”

지난해 7월13일 ‘간판이 떨어지려 한다’는 주민 신고로 긴급출동한 인천 남동소방서 소속 한 119구조대원은 해당 간판 철거작업 직후 가슴을 쓸어내렸다. 건물 3층 높이에 있던 간판은 일부가 이미 소실됐고 남은 부분도 위태롭게 연결부에 매달려 있는 상태였다. 이 구조대원은 “장맛비로 철거작업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복식사다리를 이용해 간판을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었다”며 “사람이 다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매년 태풍 및 강풍에 의한 옥외광고, 간판 관련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가운데 지난 21일 서울 중구 을지로 3가에 옥외 간판이 빼곡하게 달려 있다. 최상수 기자

본격적인 장마·태풍 시즌을 맞아 벽면 이용 간판이나 돌출간판 등 옥외 고정광고물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에 허가·신고된 옥외광고물은 2021년 기준 42만4738개이다. 이들 광고물 중 6만517건에 대한 안전점검에서 불합격 건수는 154건(0.3%)에 불과하다. 하지만 0.3%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이다. 당국이 같은 해 철거·제거한 불법 고정광고물은 1만8473건이다.

감사원은 2021년 6∼9월 서울·부산·광주·경기지역 ‘옥외광고물 안전관리실태’ 감사에서 허가신고 대상 옥외광고물의 92%가 무허가·미신고 상태로 설치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감사원에 따르면 2016∼2020년 5년간 4010건의 옥외광고물 추락·전도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 중 74.2%(2974건)는 강풍주의보 발령 수준(초속 14m 미만) 이하에서 발생했다. 간판 추락·전도 사고가 강풍·태풍 때문만이 아니라 부실시공, 관리 소홀, 노후화 등의 요인으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소방청의 최신 생활안전활동 출동·처리 현황을 보면 119구조대는 지난해 3∼12월 간판 안전조치 건으로 539회 출동해 295건 안전조치를 취했는데 월별로는 9월(172회 출동, 91건 처리), 12월(77회, 39건), 3월(58회, 39건) 등의 순으로 많았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11월 이슈브리프 ‘옥외광고물 안전관리 현황과 향후 과제’에서 “현재 옥외광고물 안전관리와 관련한 가장 큰 문제는 불법적으로 설치된 광고물이 많다는 점”이라며 안전점검 대상 확대 및 드론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업무고도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소방청은 광고물 관리자의 철저한 사전 예방조치와 사고 발생 시 차단기를 내리는 등 2차사고 예방활동을 당부했다.

119구조대 관계자는 “옥외광고물은 사유물이지만 불특정 다수가 통행하는 거리에 노출돼 있어 자칫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옥외광고물 관계자는 폭우·강풍 전 간판을 미리 단단히 고정하거나 보강하는 등 안전조치가 필요하다”며 “시민분들은 강풍이 발생하면 최대한 주변을 살피며 행동하고 가급적 외출을 삼갈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