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파동 때도 난리였잖아요. 이번에는 그보다 더 오래갈 것 같아 걱정이 큽니다.”
주말을 앞둔 지난 23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광우병 때는 실체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일본에서 원전 오염수를 실제로 방류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며 “당장 지금보다는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상인은 “일본산은 거의 없지만 산지를 말해도 미심쩍어하는 손님들이 꽤 있다”며 “우리는 산지를 속이면 큰일 나니까 절대 속이지 않는다. 방사능 검사도 계속해서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가시화하면서 수산물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후 일상회복으로 활기를 찾아가던 수산시장은 비수기에 방사능 문제까지 겹치면서 다시 악재를 맞았다. 회나 생선구이 등 해산물을 주재료로 하는 식당에도 손님들의 발걸음이 줄어들고 있다. 일본에서 오염수 방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경우 수산업계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반 횟집도 타격이 큰 건 마찬가지다. 서울 송파구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B(53)씨는 “코로나19 때에는 배달 손님이라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끊기고 있다”며 “예약 문의도 거의 없고 1년간은 이러지 않을까 싶어 업종을 변경할까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도 비상이다.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제주와 남해 등 산지 양식장에서 직거래를 통해 수산물을 공급받고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확인된 2013년에는 수산물 매출이 3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위기감에 휩싸인 어업계는 집회를 열고 반대시위에 나섰다. 한국수산업경영인연합회 등 지역 어업인단체는 지난 23일 전남 완도군 완도항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를 열었다. 한국수산업경영인연합회는 “오염수가 바다에 버려진다면 우리 어민과 수산업 종사자의 생계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며 “일본 정부는 해양 투기를 포기하고 자국 내에 (원전 오염수를) 보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산업계 관계자는 “전국 수산물 산지 중에서도 남해나 제주 등 일본과 가까운 지역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이전에는 일본산인지 국내산인지를 따졌다면, 이제는 국내산인지 외국산인지 관계없이 그냥 안 먹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 지역 어업계는 생존권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