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2금융권 연체율이 높은 가운데, 저소득층의 2금융권 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전체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1033조7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한국은행이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1~3월 현재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전분기(1019조9000억원)보다 13조9000억원 늘었다.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지난해 2분기에 994조2000억원이었으나 지난해 3분기 1014조2000억원으로 처음 1000조원을 넘겼다. 이번까지 3분기 연속 1000조원을 상회한 것이다.
연체율 상승 속도도 지난해보다 가팔라졌다. 1분기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1.00%로, 전분기(0.65%) 대비 0.35%포인트(p) 높아졌다. 연체율 상승 폭이 지난해 4분기(0.12%p), 3분기(0.06%p)보다 크게 뛰었다.
연체율 절대 수준은 2015년 1분기(1.13%)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4분기(0.76%)를 훨씬 웃돈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도 1분기 6조3000억원으로, 작년 4분기 4조1000억원보다 53.7%나 늘어 증가율이 작년 4분기(24.2%)의 두 배 이상이었다. 특히 제2금융권으로 불리는 비은행권 대출 연체율이 1분기 기준 2.52%로 집계됐다.
은행권 연체율이 0.37%인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게다가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은행에서 0.11%p 오르는 동안 비은행권에서는 0.92%p나 급등했다.
은행권 연체율은 2019년 1분기(0.38%) 이후 4년 만에, 비은행권 연체율은 2020년 2분기(2.59%) 이후 2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비은행권을 다시 세부업권으로 나눠보면 상호금융(2.22%), 보험(0.69%), 저축은행(5.17%), 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1.66%)의 1분기 연체율이 3개월 사이 0.83%p, 0.36%p, 1.86%p, 0.6%p씩 높아졌다.
한은 시계열 확인 결과, 저축은행 연체율은 2017년 2분기(5.57%) 이후 5년 9개월 만에 최고 기록이고 보험도 2019년 3분기(1.13%) 이래 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문제는 2금융권 대출이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양 의원은 "은행권에서 밀려나 더 높은 금리를 주고라도 2금융권에 매달리는 영세 자영업자가 많아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은행에서 저소득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은 작년 4분기(71조9000억원) 이후 올해 1분기(72조7000억원) 사이 8.7% 늘었지만, 같은 기간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에서는 각 20.8%(2.7조→2.9조원), 23.7%(37.1조→38.6조원) 급증했다.
양 의원은 "최근 수년간 코로나19 충격과 경기 부진의 고통을 금융기관 대출로 버텨온 자영업자들 가운데 더 이상 원리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특히 그동안 은행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저축은행 등 2금융권(비은행 금융기관)에서 대거 돈을 끌어 쓴 결과, 자영업자 연체율 역시 2금융권을 중심으로 뛰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