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카 직수입·수리업체 운영 40대 전시車 거래 등 100억대 사기 이어 타인 리스 페라리로 13년 전 사고 내 수사결과 따라 공매 처분·폐기 전망
2010년 4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도로. ‘슈퍼카’인 페라리가 택시를 들이받고 조수석 뒷부분이 크게 파손됐다. 사고 차량은 페라리가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한정 생산한 ‘엔초 페라리’. 약 8억원에 출고돼 현재는 희소성 때문에 중고가 20억∼30억원 수준에 거래된다. 이 때문에 당시 사고는 온라인 등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26일 현재 이 차량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지하주차장에 주차돼 있다. 13년 전 사고 직후의 모습처럼 뒷바퀴도 없는 상태다. 이런 슈퍼카가 13년 동안 주인을 찾아가지 못하고 검찰청의 애물단지가 된 것은 이 차량이 한 사기범의 범행에 이용됐기 때문이다.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는 김모씨가 2010년 4월 사고를 낸 ‘엔초 페라리’가 서울중앙지검에 보관돼 있는 모습. 이종민 기자
바로 사고 당시 엔초 페라리를 운전했던 김모(46)씨 이야기다.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서울 강남에서 슈퍼카 직수입 및 수리 업체를 운영했다. 유명 연예인과 재벌 2세 등을 고객으로 두며 사업을 벌이던 그는 이들을 상대로 수십억원에 달하는 사기극을 벌였다. 슈퍼카를 가진 고객에게 자신의 매장에서 전시 및 위탁 판매를 해 주겠다고 속이고 이 차를 담보로 리스 등을 받아 챙긴 것이다. 김씨가 캐피털사와 은행 등에서 빌린 돈만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슈퍼카를 정가보다 싸게 넘기겠다며 한 차량으로 여러 사람에게 선금을 받기도 했다.
김씨가 사고를 낸 엔초 페라리도 자신 소유가 아닌 다른 사람의 리스 차량이었다. 김씨는 사고가 나자 사기 행각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수사 기관을 피해 잠적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매장에 전시된 부가티 베이론 차량을 해외로 몰래 빼돌리려 했다. 이 차 역시 한 저축은행에 담보로 잡혀 있던 차량이었다. 김씨의 이런 시도는 수사 기관에 포착됐고, 사고 두 달 뒤인 2010년 6월 홍콩으로 도주했다.
김씨가 도피하면서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그는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며 수사망을 피했다. 인터폴 협조 끝에 그는 도피 12년 만인 지난해 5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결국 검거됐다.
한국으로 강제 송환된 그는 추가 수사를 거쳐 법원으로 넘겨졌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이원범)는 지난 8일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다만 이 사건 혐의는 김씨가 피해자 A씨에게 24억원을 갈취한 사건에 한정됐다. 김씨가 이 페라리를 특수절도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경찰이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수사에 따라 이 페라리는 피해자에게 돌아가거나 공매 처분 또는 폐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