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부터 금태섭, 류호정까지… ‘정치 잔혹사’ 제3당 이번엔 성공할까 [이슈+]

“대한민국 정치사는 한 마디로 ‘3당 잔혹사’, ‘다당제 잔혹사’였다. 꼭 필요한데, 3당이 버티질 못한다.”(2017년12월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바른정당과 통합을 준비하던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는 ‘연대-통합 혁신을 위한 토론회 안철수 대표에게 듣는다’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의 말처럼 한국 정치사에서 제3당은 거대 양당체제 속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사라져 갔다.

 

‘국민의짐’과 ‘더불어돈봉투당’이라는 최근 비아냥처럼 거대 양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제3당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국회의원의 특권을 모두 포기하겠다”며 제3당 '한국의희망’ 닻을 올린 양향자 의원. 수도권 30석을 목표로 창당을 추진 중인 금태섭 의원. 창당 가능성에 문을 열어둔 류호정·장혜영 정의당 의원. 이들은 국민 3명 중 1명인 무당층의 마음을 잡아 제3지대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차기 총선 승리에 사활을 건 거대 양당 속에서 과연 제3당은 생겨나서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닻 올린 한국의희망, 총선 앞두고 등장하는 제3당

 

‘진영논리와 부패에 빠진 나쁜 정치를 좋은 정치로, 낡고 비효율적인 정치를 과학기술에 기반한 과학 정치로, 그들만의 특권을 버리고 국민 삶을 바꾸는 실용 정치, 생활 정치로 바꾸겠습니다.’

 

26일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내놓은 신당 ‘한국의희망’ 창당선언문이다. 양 의원은 “그동안 한국 정치를 과대표하고 언론을 도배했던 양당 강성 지지층 대신 시대의 급소를 잡은 우리가 대한민국을 미래로 옮겨 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신당을 창당한 의원들이 하나같이 거대 양당에서 최대한 많은 현역 의원 참여를 유도했던 것과 달리 양 의원은 “지금의 소속된 정당의 알을 깨고 나오실 분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기성 의원 영입에 회의적인 생각을 드러냈다. 즉 기존의 정치세력과 연대하기 보다는 신당 정체성을 뚜렷이 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창당 행사에 나타난 현역 의원은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유일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수도권 30석을 목표로 창당을 추진 중인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창당 가능성이 있는 류호정·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기존 정치세력과 연대하기보다는 일단 정체성을 뚜렷이 하겠다는 입장이다.

 

신당 창당과 관련해 양 의원보다 먼저 움직인 건 금 전 의원이다. 금 전 의원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제3지대였던 안철수 캠프에서 정치에 입문한 경험이 있다. 제3지대의 한계를 뼈저리게 체험한 금 전 의원은 자신이 주도하는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을 통해 신당과 관련한 구상을 고민해왔다. 그는 “기존 정치인보다 우리 정치에 새 시각, 활력을 제공할 젊은 분들과 함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류호정·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주축이 된 정치유니온 세 번째 권력은 진보냐 보수냐를 뛰어넘는 탈이념 제3지대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류 의원은 지난 13일 금 전 의원이 주관한 포럼에 참석해 연대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통일국민당·신정당·국민신당 등 제3당은 실패했다

 

현재 한국의희망은 국민의힘도 더불어민주당도 싫다는 무당층이 국민 3명 중 1명꼴인 상황에서 제3지대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포석이다. 하지만 구심점이 될 대선주자급 인물이 없는 데다 지역 구도에서도 불리해 성공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실제로 무당층이 많다는 여론조사는 속속 나오고 있다. 한국갤럽의 지난 20∼22일 자 조사 결과(만 18세 이상 1천 명 대상·95% 신뢰 수준에 ±3.1% 포인트)를 보면 무당층 비율은 29%를 기록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사실 무당층을 잡기 위해 신당을 내세웠다가 역사에서 사라진 제3당은 하나둘이 아니다. 1987년 이후 정주영(통일국민당), 박찬종(신정당), 이인제(국민신당), 정몽준(국민통합21), 문국현(창조한국당) 등 유력 정치인이 제3당을 만들었지만 실패했다. 1995년 충청에 기반을 두고 창당된 김종필 총재의 자유민주연합은 한때 원내 50석의 막강한 위세를 떨치고도 2006년 소멸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이회창 당시 총재의 자유선진당이 다시 충청을 기반으로 18석을 얻어 3석의 창조한국당과 공동교섭단체를 구성, 제3원내교섭단체로 기능하기도 했지만 2012년 18대 총선에서 5석을 얻는 데 그치며 같은 해 11월 새누리당에 흡수합당 되며 막을 내렸다. 

 

그래서 정치권은 이번 신당 창당 움직임 역시 회의적으로 바라본다. 신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선주자급의 인물이 주도하거나, 지역 기반이 확실해야 한다. 또 차기 총선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을 탈당할 현역 의원은 거의 없을 거라는 게 정치권의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