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정상들 중 '홍일점' 伊 멜로니, 7월 미국 방문할 듯

백악관, 美·이탈리아 정상 통화 내용 소개
"바이든, 멜로니에 백악관 방문 요청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지난해 10월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 백악관을 방문할 전망이다. 멜로니 총리는 주요7개국(G7) 회원국 정상들 가운데 유일한 여성으로, 그간 G7이나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등을 계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긴 했으나 아직 미국을 찾은 적은 없다.

 

백악관은 26일(현지시간) 보도자료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멜로니 총리와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최근 러시아에서 벌어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무장반란 시도 그리고 모스크바 진격을 포기한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향후 행보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SNS 캡처

오는 7월11, 12일 이틀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의제에 관한 논의도 이뤄졌다. 미국과 이탈리아 둘 다 나토 회원국이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멜로니 총리에게 “7월 백악관을 방문해달라”고 요청한 사실도 공개했다. 멜로니 총리의 7월 방미가 성사된다면 시점은 나토 정상회의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멜로니 총리는 지난해 10월 취임했다. 이탈리아 역사상 첫 여성 총리이자 현재 G7 정상들 중 유일한 여성 지도자다. 극우 정당 대표인 그가 총리가 되었을 당시 ‘이탈리아가 반(反)이민·반유럽연합(EU) 노선으로 돌아설 것’이란 우려가 컸다. 러시아와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서방 단일대오에서 이탈리아가 이탈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집권 8개월이 지난 지금 그와 같은 걱정은 기우(杞憂)에 불과했음이 판명났다. 비록 아프리카나 중동에서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밀항하려는 이민자들한테는 엄격한 정책을 취하고 있으나, EU 및 우크라이나에 관한 이탈리아 정부의 정책은 전과 비교해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평가다. 멜로니 총리는 취임 후 처음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를 방문했을 당시 “우리는 외계인이 아니다”라는 말로 이탈리아의 우경화를 염려하는 이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과거 이탈리아는 지나친 친중(親中) 행보로 미국의 경고를 받은 바 있다.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전략 구상에 유럽 주요국으로는 유일하게 참여한 것이 대표적이다. 인도태평양 전략을 내세워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은 이탈리아의 이같은 선택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철회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멜로니 총리는 최근 일대일로 탈퇴 방침을 공식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