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대 증원 논의 주체 확대… 의사단체 반발에 협상 난항 예고

환자·전문가까지 확대 공식화
의협 “지금까지 협상 수포로”

“2035년 의사 2만7232명 부족”
KDI, 2024년부터 5%씩 증원 제언

정부가 18년째 3058명으로 동결된 의대 정원 확대 관련 논의 주체를 공급자인 의사단체뿐 아니라 환자 등 수요자와 전문가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협상 대상을 공급자로 제한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의대 정원 확대에 부정적인 의사단체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국책연구원은 27일 매년 의대 정원을 5%씩 늘리지 않으면 2050년까지 2만명이 넘는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진행된 ‘의사 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에 참석해 “올해 하반기에 공급자뿐 아니라 환자 단체와 소비자 단체, 언론계 등 수요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20년간 의료 수요는 급증했으나 의대 정원은 동결됐고, 의사 수 부족은 예견된 결과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체계적인 인력 수급 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결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필수의료는 위기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0년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에 반발해 의사들이 집단 진료거부에 나서자 대한의사협회와 코로나19가 안정된 뒤 협의한다는 합의문을 작성한 바 있다. 이를 근거로 정부와 의협은 의대 정원 문제를 논의해 왔는데 특정 직역 이익을 대변하는 의협과만 논의를 진행한다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노동자와 소비자, 환자 단체의 대표자가 포함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산하에 위원회를 만들어 관련 논의를 시작할 방침이다.

정부의 논의 주체 확대 선언에 의협은 즉각 반발했다. 의협은 “9·4 의정합의와 그동안의 ‘의료현안협의체’ 논의 과정을 한순간에 수포로 만들어 버린 복지부에 깊은 유감과 분노를 표한다”며 “정부와 각종 분야 모든 논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서도 필수의료 붕괴 위기를 극복하는 해결책이 될 수 없고, 앞으로 인구가 줄어들면 의사가 오히려 과잉 공급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날 의대 정원을 얼마나, 어떻게 확대할지를 논의하는 전문가 포럼에서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현재의 의료 서비스 수준과 의사 업무량을 유지하는 데 2050년 기준 약 2만2000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는 추계를 내놨다. 이를 근거로 2024년부터 의대 정원을 매년 5%씩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매년 5%씩 정원을 늘리면 2030년에 의대 정원은 4303명이 된다.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는 이날 포럼에서 2035년 의사가 2만7232명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앞서 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뒤 여러 토론회에서 인용됐던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