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배구 ‘1승 25패’에도 무책임한 세자르, 사령탑 계속 맡나 [현장메모]

사령탑 부임 후 통산 1승25패. 지난해부터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을 맡은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살레스(스페인) 감독의 성적표다. 추락을 넘어 몰락에 가까운 극악의 부진을 보이면서도 세자르 감독의 태도는 적반하장식으로 당당하다. 이런 감독에게 계속 대표팀의 사령탑을 맡겨도 되는 걸까.

세자르 감독은 지난해 여자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12전 전패의 수모를 겪었고, 올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튀르키예에서 열린 1주차 4경기 전패. 12세트를 내주는 동안 한 세트도 못 따냈다. 브라질에서의 2주차에서도 4전 전패. 12세트를 내주는 동안 딱 한 세트만 따냈다. 2021년 3연패를 포함해 VNL에서만 23연패를 당하고 있던 대표팀은 지난 27일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3주차 첫 경기에서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업고도 불가리아에 한 세트만 따내는 데 그쳤다. VNL 연패는 ‘24’로 늘어났고, 세자르의 VNL 성적은 21전 전패다. 세자르 부임 전 14위였던 한국의 세계랭킹은 34위로 20계단이나 하락했다.

남정훈 체육부 기자

전술도 선수 교체도, 데이터 활용까지 모든 면에서 낙제점에 가까운 세자르 감독은 불가리아전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당당했다. 그는 ”내 전술엔 문제가 없다. 선수들이 국제대회 수준의 맥락을 이해하고 적응하는 게 부족하다”며 선수 탓을 내놓았다.



세자르는 ‘연습 부족’을 부진의 이유로 내놓았다. 그러나 그는 튀르키예리그의 바키프방크 코치 역할을 하느라 5월 초 진천선수촌 소집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VNL 1주차가 열린 튀르키예 현지에서 대표팀에 합류했다. 자신이 직접 연습을 지도하지 않아놓고 연습 부족을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클럽팀과 대표팀 겸직으로 인한 업무 소홀 비판에도 세자르는 당당했다. 그는 “다른 대표팀 감독들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겨울 시즌에는 구단 소속으로 일하고, 나머지 시간에 대표팀을 지도한다. 오히려 나에게 불만을 가져야 하는 것은 구단”이라고 말했다. 세자르는 지난 14일 프랑스리그 낭트의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대표팀 감독직에는 더욱 소홀해질 게 명약관화한 상황이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VNL 이후 아시아선수권, 2024 파리올림픽 세계예선,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있다. 세자르는 “올림픽에 나가지 못하면 책임지겠다”는데, 그가 망쳐놓은 전력상 올림픽 본선 티켓 획득은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그의 계약도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다. 책임은 상황 모면을 위한 수사일 뿐 계약 기간을 채우고 떠나겠다는 말이다. 이미 아주 많이 늦었지만, VNL을 마치고 세자르 감독에 대한 결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