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 갈등으로 파행을 빚은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법정 심의 시한인 29일 가까스로 논의를 재개했다. 그러나 노사가 제시한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의 격차가 크게 벌어져 심의를 마치기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임위는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9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앞서 노동계는 지난 27일 제8차 전원회의에서 구속된 근로자위원의 공석 사태에 반발하며 전원 퇴장해 파행을 빚었다. 당초 이날 전원회의도 노동계의 불참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노동계는 논의 끝에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최임위의 노사 동수 원칙이 깨진 채 심의가 강행되는 점을 매우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노사 간 동등한 논의와 결정이 가능하도록 박준식 최임위 위원장이 공정한 운영방안을 마련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전원회의 파행 사태는 봉합됐지만, 향후 최저임금 논의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우선 노사가 제시한 최초 요구안의 격차가 2590원으로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간격을 좁히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류 사무총장은 “내년도 최저임금은 대폭 인상돼야 한다”며 “물가폭등, 실질임금 저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최저임금 인상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노동계가 물가 상승을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지만,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물가 상승률의 2배를 넘었다”고 맞섰다.
박 위원장은 “오늘(29일)이 법정 심의 시한이지만 현재 노사 최초 제시안은 간극이 너무 큰 상황”이라며 “이를 좁히기 위해 신속하고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근로자위원 공석 사태를 매듭짓는 것도 남은 과제다. 최임위는 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되는데, 최저임금 수준을 두고 표결을 진행할 경우 노사 동수 원칙이 깨지기 때문에 노동계 반발이 예상된다. 노동계는 공석인 근로자위원 자리에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추천했으나, 고용노동부는 구속된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과 공범이란 이유로 거부했다.
올해 최임위는 시작부터 파행을 빚었다. 고용부 장관이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하고 20여일이 지난 4월 19일 첫 전원회의가 열렸지만, 노동계가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경영학)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며 무산됐다. 노정 간 대립 속에 5월 2일 전원회의를 재개했으나, 최저임금 수준이나 차등 적용 여부에 관한 논의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최임위가 법정 심의 시한을 지킨 것은 제도가 시행된 1988년 이후 9번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는 2014년에 이어 8년 만에 시한을 지켰지만, 올해는 논의 속도가 지난해보다 부진해 시한을 지키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논의 초반부터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