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시에 하루 만에 3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30일 새벽 산사태가 발생해 14개월 여아가 숨졌다. 여아는 2시간여 구조 작업 끝에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경북 영주시 상망동 야산에서 이날 오전 4시43분 산사태가 발생해 일가족 10명이 살던 집 안으로 토사가 밀려들었다. 당시 집에 있던 가족 8명은 대피하거나 구조됐지만 14개월 여아는 빼내지 못했다. 경찰과 소방은 현장에서 2시간가량 구조 작업을 벌였다. 여아는 이날 오전 6시40분쯤 토사 속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했지만 사망 판정을 받았다.
여아의 아버지는 “자던 중 나무가 쪼개지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이상하다 싶어서 불을 켰는데 (집 안에) 바로 토사가 넘어왔다”며 “몸으로 무너지는 벽을 막으면서 아내와 아이를 구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벽을 막으면서 다른 가족들을 깨워 아내부터 꺼내게 했다”며 “아이는 침대가 구조상 푹신하다 보니 토사가 깔려 있어 도저히 구할 수가 없었다”며 울먹였다.
경북 봉화군도 많은 피해를 입었다. 봉화군 봉화읍 등 4개 읍면에서 주택 30동이 침수됐다. 경북 봉화군 봉성면에서는 185가구가 정전됐고, 도로가 유실되면서 상수관이 파손돼 39가구에 수돗물 공급이 끊겼다. 경북 봉화군 법전면에서는 호우에 차량 5대가 떠내려갔고, 선로 유실로 영주∼동해 간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다른 지역에도 많은 비가 내리면서 장마 피해가 이어졌다. 광주광역시에서는 이날 오전 5시37분 동구 지산동 지산유원지 인근 옹벽이 일부 무너져 주택과 식당을 겸한 건물의 계단과 난간이 파손됐다. 광주 동구 계림동의 한 아파트 단지도 3개 동에서 정전과 단수 피해가 발생했다. 사면 붕괴나 침수 우려 등으로 전남에서는 207세대 303명의 도민이 마을회관 또는 친인척 집 등으로 일시 대피했다.
중대본은 전날부터 이어진 비로 이날 오후 6시 기준 전국적으로 도로 사면 6곳, 도로·교량 6곳, 하천 제방 2곳이 유실된 것으로 집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