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짜 독립 유공자’ 서훈 박탈 추진, 진작 했어야 했다

손혜원 부친, 김원웅 부모 대상
특혜 의혹·허위 논란 검증해야
조봉암 서훈 전향적 검토 필요

국가보훈부가 친북 논란이 있는 독립유공자의 공적을 다시 검증해 ‘가짜 유공자’ 서훈을 박탈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선공산당 활동 이력으로 6차례나 보훈심사에서 탈락했다가 문재인정부 때 7번째 신청 만에 독립유공자가 된 손혜원 전 의원의 부친 손용우씨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공훈 기록 허위 조작 논란이 일었던 고 김원웅 전 광복회장의 부모인 김근수· 전월순씨 사례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훈부는 박헌영의 첫 번째 아내 주세죽, 김일성의 외삼촌 강진석 등 북한 정권에 참여하지 않은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에 대한 재평가 가능성도 시사했다.

1986년 보훈처가 작성한 손씨 독립유공자 공적 조서에는 ‘1947년 말 북한의 대남 공작선을 타고 월북해 밀명을 받았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또 ‘손씨는 6·25 당시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세포 조직책이었다’ ‘손씨의 여동생과 사촌은 각각 조선민주여성동맹과 자위대원으로 활동하다 월북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그런데도 2018년 8월 손 전 의원 부친은 독립유공자로 선정됐다. 이 과정에서 손 전 의원이 2018년 2월 피우진 당시 보훈처장을 의원회관에서 만나 독립유공자 선정 문제를 논의한 사실이 드러나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고 김 전 회장 부모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보훈처 기록에는 부친 김씨가 1963년 대통령 표창을 받고 1992년 작고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런데 정부가 1963년 ‘광복군 출신 김근수’씨에게 대통령 표창을 할 당시 공적 조서에는 김씨가 이미 사망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모친 전씨도 1990년 ‘전월순’이라는 가명으로 광복군 활동을 했다며 유공자 신청을 해서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지만, 전씨보다 두 살 많은 언니 이름이 ‘전월순'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의혹이 불거졌다.

보훈부는 죽산 조봉암에 대한 서훈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정부는 ‘조봉암 명의의 국방헌금을 납부했다는 매일신보 기사가 있다’는 이유로 서훈 선정을 보류했다. 그러나 이 기사의 진실 여부를 놓고 논란이 많은 만큼 이제는 죽산의 서훈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만하다. 보훈부가 “대국민 공개검증 절차에 국민 참여를 보장할 것”이라고 한 만큼 최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조사해 논란의 여지를 남기지 말아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검증 결과 공적이 허위로 판명되면 서훈을 취소하는 게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