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1일부터 종래의 금치산자와 한정치산자가 폐지되고 성년후견 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후견 관련 분쟁은 비단 재벌이나 유명인의 문제가 아니고 이제 일반인의 일상에서도 자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치매에 걸렸거나 가족 구성원이 지적 장애 등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결여되었거나 부족한 상태일 때 가족들은 법원에 후견인을 선임해줄 것을 청구하고 법원이 지정하는 일이 대표적입니다.
중요한 것은 성년후견은 어디까지나 질병·장애·노령 등의 사유로 본인에게 ‘정신적 제약’이 생겼을 때만 이용할 수 있는 제도라는 점입니다. 단순히 거동 불편 등 신체적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후견을 개시하는 요건이 되지 않습니다.
과거 금치산·한정치산 제도는 재산 관리에 중점을 두고, 본인의 행위능력을 획일적으로 제한했습니다. 반면 성년후견 제도는 본인의 잔존능력과 의사를 존중해 후견 범위를 개별적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후견인에게 본인의 ‘재산 관리’뿐만 아니라 치료, 요양 등 ‘신상’에 관한 보호도 맡기게 합니다.
성년후견 제도는 법정후견과 임의후견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법정후견은 청구권자의 청구에 따라 법원의 심판을 통해 후견이 개시되는 것이고, 임의후견은 사전에 사건 본인의 의사로 후견계약을 체결하는 것입니다. 임의후견은 지금 당장 정신적 제약이 없을지라도 미래를 대비해 미리 후견인이 될 자와 후견계약을 맺고 후견인의 권한을 정해놓는 것입니다. 따라서 본인이 이미 사무처리 능력을 잃어버렸다면 법정후견이 문제 됩니다.
Q) A씨는 몇해 전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을 받고 정신이 온전치 못할 때가 잦습니다. A씨의 자녀 중 1명인 B씨가 홀로 부양하고 있으나 A씨 소유 부동산과 예금 등을 관리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B씨는 다른 가족의 반대에도 A씨의 후견인이 될 수 있을까요?
A) 후견인이 될 수도, 후견인이 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후견인으로 지정되는 데에 반드시 다른 가족의 동의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본인 의사를 존중하되, 본인의 건강과 생활관계, 재산 상황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적합한 자를 후견인으로 선임합니다. 법원에서 B씨가 A씨의 후견인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한다면 충분히 될 수 있습니다.
가족·친척 외 변호사·법무사·사회복지사 등 전문가도 후견인으로 선임될 수 있고, 여러 명이 동시에 지정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가족 간 분쟁이 극심한 때 법원은 가족을 후견인으로 선임하지 않고 전문가를 지정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실무상 가족 전원의 동의가 있다면 해당 사람이 후견인으로 지정되곤 합니다(단 이때에도 법에서 정한 후견 결격사유가 없어야 합니다).
Q) 3남매를 둔 고령의 C씨는 치매에 걸릴지 늘 걱정입니다. 장래 자신이 치매에 걸릴 사태에 대비하여 현재 함께 사는 미혼의 딸 D씨를 후견인으로 삼고 싶습니다. C씨는 딸 D씨를 미리 후견인으로 지정할 수 있을까요?
A) 사전에 공정 증서로 후견계약을 맺으면 됩니다(공증은 법무부 장관의 공증 인가를 받은 공증 사무소에 수수료를 지급하고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임의후견 계약의 효력은 향후 가정법원이 임의후견 감독인을 선임한 때부터 발생합니다.
이경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kyungjin.lee@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