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대결’ 저커버그 vs 머스크, 누가 이길까… UFC 선수들의 예측

청코너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사나이, 홍코너에는 MZ세대 중 가장 돈이 많은 사나이. 3일 기준 둘의 재산은 각각 2370억 달러(약 311조원)와 1010억 달러(약 132조원)로 합치면 443조원이나 된다. 세계에서 가장 돈많은 이들의 역대급 경기가 열릴 수 있을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 CEO의 격투전이 성사될 수도 있을 분위기다.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이 중간에서 조율자 역할을 하며 군불을 떼고 있고, 저커버그와 머스크도 열의를 불태우고 있다. ‘역사상 가장 많은 대중의 관심을 끄는 대결’이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UFC 선수를 비롯한 관련 업계에선 승자 예상 등 벌써부터 세기의 대결 향방을 둘러싼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대체로 나이가 어리고 무술 수련 경력이 있는 저커버그의 우세를 점치는 의견이 많다. 이날 종합격투기계에 따르면 데이나 화이트 회장은 현재 저커버그, 머스크와 연락하며 두 CEO의 경기를 조율 중이다.

 

◆저커버그 “장소 보내” VS 머스크 “라스베이거스”

 

둘의 경기가 언급되기 시작한 건 지난달 말. SNS의 사소한 설전이 발단이었다. 메타가 트위터의 대항마로 출시 예정인 ‘스레드’에 대해 한 누리꾼이 글을 올렸는데 머스크는 이에 대해 “전 지구가 저커버그의 엄지 아래 들어갈 날이 기다려지네”라며 비꼬았다. 트위터의 상대가 안 된다는 뜻. 이에 다른 네티즌이 “저커버그가 주짓수를 배운다는데 조심하라”고 하자 머스크는 “나는 철창에서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저커버그는 이후 화이트 회장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저커버그는 ‘머스크가 진심이냐’고 물었고, 화이트 회장은 머스크의 의중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머스크는 “정말로 한판 붙을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에 저커버그는 인스타그램에 “위치를 보내라(Send me location)”고 썼다. “위치를 보내라”는 말은 UFC 선수들이 싸움을 신청할 때 주로 쓰는 문구다. 머스크는 “라스베이거스 옥타곤”이라고 맞받아쳤다. 옥타곤은 UFC가 사용하는 팔각링이다. 그후 화이트 회장은 매일 밤 두 억만장자와 따로따로 통화해 격투 대결 주선에 나섰고, 지난달 27일에는 “새벽 12시45분까지 두 사람과 통화했다. 그들은 둘 다 대결을 원한다”라고 밝혔다.

 

경기의 윤곽도 벌써 나오기 시작했다. 돈을 버는 게 목적은 아니기에 둘은 이 경기가 이뤄진다면 자선경기 성격이 되어야 한다는데 동의했다. 또 UFC가 이 경기를 공식적으로 관할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선수들 사이에서 두 갑부가 벌이는 대결에 대한 비판이 나온 걸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주짓수 훈련 중인 일론 머스크. 렉스 프리드먼 트위터 캡처

◆저커버그는 주짓수, 머스크는 극진가라데

 

둘의 대결 가능성에 인터넷은 후끈 달아올랐다. 억만장자들이 싸운다는 게 흔한 일이 아닌 데다 둘은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각각 소유한 SNS업계 경쟁자다.

 

우선 둘의 스펙을 보면 저커버그가 39살로 머스크(52살)보다 10살 이상 젊다. 저커버그는 최근 1년여간 브라질리언 주짓수를 수련했다. 주짓수는 상대를 넘어트린 후 관절을 꺾거나 목을 조르는 그래플링 위주의 무술이다. 주짓수는 태권도처럼 띠가 나눠져 있는데, 저커버그는 가장 초급 단계인 ‘화이트벨트’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주짓수의 경우 수련자와 미수련자간 격차가 크다. 그라운드 상황에선 저커버그가 이길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단 얘기다.

 

평소 운동을 해온 저커버그와 달리 머스크는 운동을 잘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근 트위터를 통해 “유도와 극진가라데를 연습 중”이라고 밝혔다. 체중은 머스크가 저커버그보다 15㎏가량 더 나간다고 한다.

 

그래도 머스크에겐 희소식이 있다. UFC 역대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조르주 생 피에르가 그를 돕겠다고 나선 것. 생 피에르는 최근 트위터에서 “당신의 엄청난 팬이다. 저커버그를 상대로 붙을 때 내가 도와줄 수 있다면 엄청난 영광일 것”이라고 썼고, 머스크는 “좋다. 해보자”고 응답했다.

 

주짓수 훈련 중인 마크 저커버그. 렉스 프리드먼 트위터 캡처

◆“저커버그가 좀 더 개에 가까워”

 

격투기를 평생 해온 이들은 둘의 경기를 어떻게 평가할까. 대부분은 저커버그 우세를 점쳤다.

 

UFC에서 밴텀급과 플라이급 챔피언을 지냈던 헨리 세후도는 “경기를 길게 끌고 갈수록 저커버그가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며 “(저커버그는) 머스크가 펀치를 던지게 하고, 그래플링을 하게 해서 지치게 해야 한다”고 했다.

 

UFC 라이트급 랭킹 5위 마이클 챈들러 역시 저커버그의 승리를 점쳤다. 다만 챈들러는 중요한 건 ‘스킬’이 아니라 ‘평정심’이라고 했다. 챈들러는 “물론 저커버그는 싸움에 필요한 스킬을 어느 정도 갖췄다”면서도 “그럼에도 저커버그가 머스크와 싸울 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했다.

 

챈들러는 “내 경험인데, 옥타곤에서 문이 닫히면 그때부터 모든 건 평정심의 문제”라며 “마음을 어떻게 다스릴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머스크와 저커버그의 대결을 상정한 가상 포스터. 트위터 캡처

전 UFC 라이트급 챔피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와 현 UFC 라이트급 챔피언 이슬람 마카체프를 훈련시킨 하비에르 멘데즈 코치도 저커버그의 손을 들어줬다.

 

멘데즈 코치는 “저커버그가 머스크에 비해 가진 큰 장점은 현재 적극적으로 훈련 중이라는 것”이라며 “저커버그가 싸움에 있어서는 머스크보다 조금 더 ‘개’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멘데즈 코치는 머스크에게 타격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멘데즈 코치는 “머스크는 어떻게 펀치를 내고, 어떻게 타격 거리를 유지하는지 배워야 한다”며 “그래야 그라운드로 끌려가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저커버그가 주짓수 수련자인 만큼 그라운드를 피하고 타격을 해야 승산이 있단 분석이다.

 

멘데즈 코치는 “내가 코치라면 (머스크에게 타격과 그라운드) 모든 영역을 준비시키겠지만 어쨌든 핵심은 타격”이라며 “머스크가 더 크기 때문에 그 이점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