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약 자판기 판매업체인 쓰리알코리아는 최근 중국 진출 계획을 구체화했다. 의료계의 반대에 2012년 창업 후 11년 동안 사업이 정체되는 등 큰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 3월에야 겨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규제샌드박스 실증 특례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박인술 대표는 올 10월 중국 진출 계획을 소개하며 “중국은 인터넷 병원만 800곳이 넘는다. 우리나라와 비교해 규제가 거의 없기 때문에 기대가 크다”고 전망했다.
인지행동치료 애플리케이션(앱)이 디지털치료기기로 허가되고 비대면 진료도 제한적으로나마 가능해지는 등 보건의료 기술에 대한 일반 국민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규제의 벽에 막혀 첨단 보건기술 사업을 국내에서 펼치지 못하고 해외로 눈을 돌리는 스타트업도 적지 않다.
이런 탓에 산업계 종사자의 경우 첨단기술을 규제가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지체’(27.4%)를 보건산업 내 규제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의료계도 규제지체(25.9%)로 인한 갈등이 크다고 답했고, 일반인의 경우 ‘안전성 문제’(36.5%)를 갈등의 주 원인으로 가장 많이 선택했다.
규제와 관련해 갈등이 발생하는 이유로 산업계와 의료계 모두 당국의 미흡한 이해를 원인으로 봤다. 규제 대상을 두고는 의견이 갈렸다. 산업계의 경우 갈등의 원인으로 ‘산업계의 규제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고 답한 비율이 16.1%로 의료계(8.5%)의 두 배 수준이었고, ‘규제 당국의 기술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고 답한 의료계 응답률은 21.4%로 산업계(13.4%)와 비교해 높은 수준이었다.
세 집단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문가 집단의 검증’과 ‘사회적 합의의 장 마련’이 가장 필요하다고 봤다. 일반인(29.4%)과 산업계(27.4%), 의료계(37.5%) 모두 전문가 집단의 검증을 주요 과제로 가장 많이 선택했고 이어 사회적 합의의 장 마련 등 순이었다.
의료계는 첨단 보건의료 기술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보험수가가 우선 적용돼야 한다’(64.7%)고 강조했다. 디지털치료기기 등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수가와 건보 적용(급여화) 여부, 본인 부담률 등이 결정된다. 지금은 비급여로 앱을 처방받을 수 있어 활용도가 높지 않다는 게 의료계 설명이다. 산업계의 경우 ‘연구개발 지원’(40.7%)을 가장 필요한 정부 지원으로 꼽았다.
첨단 보건의료 기술을 사용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도 높은 편이었다. 일반 국민 절반 이상(57.4%)은 이미 건강관리 앱을 사용해 봤다고 답했고.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해봤다는 응답도 37.5%에 달했다. 비대면진료나 유전자검사 경험률은 10%대에 그쳤지만, 이들을 이용해 볼 의사가 있다는 응답은 각각 30.3%, 31.8%로 나타났다. 다만 일반인과 의료인 모두 건강관리 앱에 대해 효과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응답이 60%를 넘겨 효과성 검증을 통해 신뢰를 높이는 게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웨어러블 기기나 유전자검사, 정밀의료, 디지털치료기기, 첨단 재생의료 등에 대해 비용 부담을 우려한 목소리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