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에 지난달 22일부터 그제까지 총 261건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한다. 이 중 대형 입시학원 관련 신고가 50건이었다. 유형별로는 사교육 업체와 수능출제 체제 간 유착 의심이 46건, 끼워팔기식 교재 등 구매 강요가 28건 접수됐다. ‘부조리’ 유형에서는 허위·과장광고가 37건으로 가장 많았고, 교습비 등 초과 징수가 29건으로 뒤를 이었다. 교육부는 어제 사실관계 확인과 법령 검토를 마친 2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하고 10건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했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대형 수능 입시학원 강사가 “수능 관계자를 만났다”고 말했다’, ‘사교육업체 모의고사 문제 개발에 수능 출제진 등이 참여했다’는 신고 내용이다. 교육부 사교육 대책팀장은 “이들의 혐의가 너무 구체적이라 예시를 드는 순간 혐의자가 파악할 수 있어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유명 학원강사가 수능 관계자로부터 입수한 문제가 그해 수능에 비슷하게 출제됐다는 제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 수능 출제자가 해당 경력을 내세우면서 수능 모의고사 문제를 만들어 강남 대형학원 등에 판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준 바 있다. 한마디로 요지경 ‘입시 카르텔’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런 비리가 자행되는데도 교육부와 수능 출제를 주관하는 교육과정평가원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이다. 평가원은 수능 출제진에게 ‘참여 사실을 포함해 출제 과정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비밀을 지킨다’는 서약서를 받는다. 하지만 출제 경력 인사가 자신의 경력을 과시하며 모의고사를 파는 등 서약 위반 사실이 여러 차례 드러났는데도 평가원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 방조와 느슨한 관리가 카르텔을 더 키운 것 아닌가. 경찰은 이런 부분으로까지 수사를 적극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학원들은 사교육을 하지 않으면 의대, 명문대에 갈 수 없다는 공포 마케팅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그간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제) 적중률을 홍보해 후발 주자임에도 연 3000억원대 매출을 올린 학원도 있다고 한다. 지난 한 해 학부모들이 학원이나 과외, 인터넷 강의 등 사교육에 쓴 돈이 무려 26조원에 육박했다. 지금처럼 공교육이 불신받고 아이들이 사교육으로 몰리는 건 정상이 아니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망국병’인 사교육 카르텔을 뿌리 뽑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