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취약차주의 빚이 1년 새 1조2000억원 이상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1인당 평균 대출잔액도 100만원 가까이 늘었다. 지난 4월 국내 은행의 대출 연체율도 2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연체 경고음도 들린다.
3일 한국은행이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가계대출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취약차주의 가계대출 잔액은 94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1조2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이용한 다중채무자이면서 소득 하위 30%의 저소득층이나 신용점수 664점(과거 기준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를 취약차주로 분류했다. 한은은 약 100만명의 신용정보로 구성된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 내 표본 데이터를 전체로 환산해 가계대출 현황을 추산했다.
특히 취약차주의 대출 질도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가계대출 중 신용대출 비중이 19%인 반면 취약차주의 신용대출은 25.1%에 달했다. 취약차주의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31.9%로 전체(45.7%)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
자영업자 중 취약차주도 늘고 있다. 한은은 올해 1분기 자영업자 취약차주의 대출잔액이 104조6000억원으로 1년 전(88조8000억원)보다 17.8% 급증한 것으로 추산했다. 자영업자 전체 대출 증가율(7.6%)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에 올해 1분기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로 전년 동기(0.49%)보다 2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앞선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취약차주로 인한 자산건전성 악화를 우려한 바 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중 새로 연체된 차주의 58.8%, 신규 연체 잔액 중 62.8%가 취약차주였다”며 “특히 새로 연체되기 시작한 취약차주의 39.5%가 신규연체잔액이 연간소득액을 웃돌고 있어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및 자본비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체 은행권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이날 발표한 4월 말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0.37%로 전월 말 대비 0.04%포인트 올라 2020년 8월(0.38%) 이후 2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전월 말 대비 기업대출이 0.35%에서 0.39%로, 가계대출이 0.31%에서 0.34%로 모두 상승했다.
대출연체율 상승은 중소기업과 신용대출에서 두드러졌다. 기업대출의 경우 대기업대출 연체율(0.09%)이 전월과 유사한 수준인 데 비해 중소기업대출 연체율(0.46%)은 0.05%포인트 올랐다. 가계대출에서는 신용대출 등의 연체율이 0.67%로 0.08%포인트 올라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상승률(0.01%포인트)을 크게 웃돌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은행권 연체율 수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20년 1월 말의 0.41%보다 낮고 과거 장기 시계열(0.78%) 대비로도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