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미신고 영아’ 수사건 하루 만에 두 배로… 사망도 총 15명

193건서 400건으로 급증

수사 통해 353명 생사 확인 나서
‘보호체계 개선 추진단’ 첫 회의
보호출산제 도입도 서두를 방침
당국, 7일까지 2000명 전수조사
주민등록 사실조사 앞당겨 실시

경찰이 수사 중인 출생 미신고 영아 사건 수가 하루 만에 배 이상 늘어났다. 사망 아동도 15명으로 증가했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 조사가 계속되면서 수사 대상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행정안전부(행안부)도 주민등록 사실조사를 통상 시기보다 앞당겨 7월에 실시하기로 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5일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아 관련 사건을 420건 접수해 400건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전날 오후 2시 기준 집계다. 전날 193건이었던 출생 미신고 영아 수사는 하루 만에 400건으로 치솟았다. 접수된 출생 미신고 영아 가운데 15명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8명에 대해서는 범죄 혐의를 발견해 경기남부경찰청 등이 수사 중이다. 5명은 ‘혐의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시신 암매장 추정지역 수색 영아 시신이 암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부산 기장군 기장읍 한 야산에서 5일 경찰과 수색견이 시신을 찾고 있다. 이 야산은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40대 친모가 2015년 2월 생후 8일 된 딸을 유기했다고 지목한 곳이다. 부산=뉴스1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353명은 수사를 통해 생사를 확인하고 있다. 전국 시·도 경찰청별로는 경기남부경찰청이 94건으로 가장 많고 서울청·대전청 38건씩, 경남청 33건, 인천청·충남청 29건씩, 경북청 23건, 전남청 21건, 부산청이 19건을 수사하고 있다. 이어 경기북부청·광주청·충북청이 14건씩, 대구청 10건, 전북청 9건, 강원청 8건, 울산청이 7건을 수사 중이다. 부산에서는 친부모가 생후 8일 된 딸이 집에서 숨지자 집 인근 야산에 유기한 사실이 확인돼 부산경찰청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경찰청도 갓 태어난 아기를 베이비박스에 유기하는 과정에서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24명에 대해 수사를 시작했다.

 

정부는 출생 미신고 영아가 살인·유기 등 범죄의 대상이 되는 걸 막기 위해 보호 체계를 구축하고 미혼모 등 위기 임신부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신원을 밝히길 꺼리는 임신부의 익명 출산을 돕는 보호출산제 도입도 서두를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교육부와 법무부,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 등 관계 부처와 ‘출생 미등록 아동 보호체계 개선 추진단’ 첫 회의를 열었다. 회의를 주재한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가장 중요한 것은 미혼모 등 위기 임신부에 대한 지원 강화”라며 “위기 임신부가 임신·출산·양육 전 과정에서 정부의 도움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생활 지원, 심리 지원 등 필요한 정책을 확대해서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추진단은 △출생 미등록 아동 보호 체계 개선 방안 △임시신생아 번호 아동 전수조사 관련 협조 요청 사항 △출생 미등록 아동 집중 조사 지원 및 방안 △미혼모 지원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한다.

 

의료 기관이 아이의 출생신고를 의무로 하도록 한 출생통보제 관련 법 개정안과 ‘병원 밖 출산’을 막을 보호출산제의 병행 시행도 재차 강조했다. 보호출산제가 아이의 부모를 알 권리를 침해하고, 부모의 양육 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위기 임신부의 익명 출산을 도와 아동을 위기에서 구하는 게 우선이란 입장이다.

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출생 미신고 영아 2000여명을 7일까지 전수 조사하고,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출생 미신고 영아에 대해서도 주민등록 사실 조사와 연계해 조사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행안부는 출생 미등록 아동을 선제적으로 찾아내겠다며, 매년 9·10월 시행하던 주민등록 사실조사를 올해는 7월에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입양가족연대 등 90개 시민단체가 모인 ‘보호출산법 시민연대’는 이날 “출생신고를 피하기 위해 2000여명의 아이들이 미등록 아동이 됐고 그중 일부는 죽거나 버려졌다”며 “보편적 출생등록제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제도로 보호출산제가 7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