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김봉현, A4 27장 탈주 계획서 직접 작성… 자신을 ‘구출자’로 표현

서울남부지검 정례 브리핑
‘라임 사태’의 주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연합뉴스

 

피해 규모가 1조원대에 달하는 이른바 ‘라임자산운용 사태’(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로 붙잡혀 수감 중인 김봉현(49)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세 번째 도주(탈옥)를 위해 A4용지 27장짜리 문건을 직접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해당 문건에서 자신을 ‘구출자’라고 표현했다.

 

서울남부지검 허정 2차장검사는 6일 정례 브리핑에서 “김 전 회장이 동료 재소자 A씨를 통해 구치소 외부에 있는 A씨 외사촌 B씨에게 도주 계획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자신의 계획이 치밀하다는 것을 조력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문건을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B씨는 조력의 대가로 김 전 회장의 친누나로부터 1000만원을 받은 뒤, 검찰에 김 전 회장의 도주 사실을 제보하고 1000만원을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법원 및 검찰청의 호송 통로, 호송 차량 내부 자리 배치도, 호송 차량 진행 방향 등을 복기해 A4용지에 연필로 기록했다. 그는 건물의 조감도뿐 아니라 자신의 동선상에 있는 폐쇄회로(CC)TV의 사각지대까지 기록했다.

 

이 문건에는 건물 밖 흡연구역 위치나 건물 후문의 야간 개방 여부 등 구체적인 내부 정보도 담겼다. 김 전 회장은 검찰 조사가 늦게까지 이어질 경우, 저녁 식사 시간에 교도관 숫자가 어떻게 달라지는 지 등도 상세히 기록했다고 한다.

 

앞서 서울남부지검은 김 전 회장이 지난 달 도주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이를 도운 친누나 김모(51)씨를 피구금자도주원조 혐의로 지난 3일 체포했다. 도주원조는 구금된 사람을 탈취하거나 도주하게 했을 때 성립하는 죄다.

 

김 전 회장은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재판을 받던 지난해 11월11일 전자장치를 끊고 달아났다가 48일 만인 지난해 12월29일 검찰에 붙잡혔다.

 

그의 누나인 김씨는 당시 지인들을 통해 도피를 지원한 혐의(범인도피교사)로 검찰 수사를 받아왔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19년에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잠적했다가 서울 성북구의 한 빌라에서 5개월 만에 체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