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말레이 찾은 한국인 관광객 14명, 한밤중 고립됐다가 구조 [박종현의 아세안 코너]

동남아 인기 여행지 코타키나발루에서
관광객 14명에 배에 탔다가 밤중 고립
유속·어둠 때문 3시간 넘게 구조 난항
박진 외교장관 “올해 KK에 분관 개설”

“선박이 움직이지 않으면서 하마터면 강물에 빠질 뻔했던 한국 관광객들이 구조됐습니다.”

 

한국 관광객 14명이 말레이시아에서 선박 좌초로 고립됐다가 3시간만에 구조됐다. 관광객들은 코타키나발루(KK) 북쪽 지역에서 탑승한 선박이 빨라진 유속 때문에 미처 대응을 못하는 동안 나무 뿌리 등에 걸려 멈추면서 강 가운데에서 한밤중에 고립됐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7일 새벽 코타키나발루 인근 볼로강에서 좌초된 선박을 벗어나 안정을 취하고 있다. 시나르 하리안 제공

◆ 한밤중에 선박 좌초로 3시간 동안 공포감

 

8일 말레이시아 교민과 ‘시나르 하리안’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관광객들은 이틀 전 볼로강에서 작은 배에 탔다. 이 선박은 빠른 유속 때문에 미처 방향을 잡지 못하다가 나무들의 뿌리 등에 걸리면서 움직이지 못한 상태에 처했다. 관광객들은 배가 움직이지 않자 캄캄한 어둠 속에서 두려움에 떤 채 몇 시간을 보내야 했다.

 

현지 소방당국은 구조 요청 전화를 받고 긴급 출동했지만, 빠른 유속 때문에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바주 소방당국의 함사 이스누르디니 부단장은 7일 “전날 밤 9시 50분에 사고 전화를 받고, 긴급하게 구조팀 10명을 보냈다”며 “강물의 강한 흐름 때문에 사고 선박의 움직임이 막혀 있었고, 구조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행히 사고 현장 인근 마을의 작은 배를 이용해 관광객들을 구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함사 부단장은 그러면서 “구조 작업은 밤중이어서 더욱 힘들었는데, 자정을 넘긴 새벽 12시 57분에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시나르 하리안에 따르면 사고는 오후 9시 30분에 발생했다. 관광객이 이동하기엔 제법 늦은 시간이었다.

 

3시간 넘게 어둠 속에서 두려움에 떨었던 한국인 관광객들이 7일 새벽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인근 볼로강에서 구조되고 있다. 시나르 하리안 제공

◆ 해외여행 안전위험 상존…“대비해야”

 

현지사정을 잘 아는 여행사 관계자는 (늦은 밤 사고와 관련해) “관광객들이 맹그로브숲 투어를 끝내고 일몰 이후 투아란 지역에서 ‘반딧불이 투어’에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며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접하는 반딧불은 낭만적이고 황홀한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자칫하다가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사방이 캄캄해진 한밤중에 사고를 당한 상태에서 구조까지 3시간 넘게 걸리면서 관광객들의 공포감은 컸을 것으로 보인다. 구조에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시야 불투명에 빠른 유속이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분석된다.

 

사고 선박엔 청소년 1명을 포함한 관광객 14명과 가이드 등 16명이 타고 있었다. 구조된 이들은 강변 바깥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여행사 측에 인계됐다. 관광객들은 구조 이후 충격에서 벗어나 안정을 찾았다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소방당국은 여행자는 물론 거주자들도 강 주변에서 활동을 할 때는 현장 상태와 날씨 등을 고려해서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여행업체 관계자는 해외여행을 할 때는 안전을 최우선 사안으로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로 해외여행수요가 되살아나고 있는데, 항공비용 등이 증가하면서 현지에서 비용을 낮추려는 경우도 있다”며 “이번 사고가 그런 사례에 해당되는지는 추후 밝혀지겠지만, ‘사실상 4년만의 해외 여행 붐’을 맞아 안전에 특히 유념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이 지난 5월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인기여행지 코타키나발루…분관도 개설

 

코타키나발루를 주도로 삼고 있는 사바주는 한국인에게 인기 여행지다. 한국은 사바주에 관광객을 가장 많이 보내는 나라다. 사바관광청에 따르면 올해 1~4월 코타키나발루 등 말레이시아 사바 지역을 찾은 한국인은 6만8685명으로, 한국은 국가별 순위 1위를 기록했다. 한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엔 코로나19 등 때문에 720명에 그쳤다.

 

올해 관광객 증가는 항공편이 점차 정상화되고 있는 덕분으로 보인다. 세계에서 코타키나발루를 연결하는 도시는 싱가포르와 중국 광저우 등 10곳이다. 한국은 인천, 부산 2곳에서 코타키나발루로 항공편이 취항하고 있다. 인천~코타키나발루 노선엔 진에어가 1주에 7편 운항되다가, 지난달 29일부터 9월까지 3개월 동안은 하루 2편, 1주 14편으로 증편하기로 했다. 티웨이항공도 지난 6월 말 인천~코타키나발루 노선에 첫 취항했다.

 

외교부는 관광객과 단기 체류자가 증가하는 등 영사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코타키나발루에 분관을 개설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5월 초 말레이시아 방문 당시 말라야대학(UM) 특강에서 “올해 안에 코타키나발루에서도 모든 영사업무를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분관 개소식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지난 4월 19일부터 코타키나발루 분관에서 영사·민원 일부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박 장관의 방문 이후인 5월 15일부터는 여권, 국적, 병역 업무까지 볼 수 있다. 비자 업무는 당분간 쿠알라룸푸르 본관에서만 처리된다. 코타키나발루 분관에서 비자 업무 등 모든 업무 처리가 가능할 때쯤 공식 개소식을 열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