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돈 천안시장, 정중동 속 다양한 도시 가치 높이기 행정

전국의 민선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앞다퉈 자신의 치적을 홍보했다. 이런저런 성과를 내세우며 열심히 뛰었다고 외쳤다. 국회의원들의 노력은 쏙 빼고 자신이 중앙부처에서 많은 예산을 확보해 왔다고 포장했다. 민선 8기 1주년을 즈음해 지난 한주 전국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있었던 일이다.

 

여러가지 내세울 일이 적지 않은데도 조용히 취임 1주년을 보낸 단체장이 있다. 박상돈 충남 천안시장이다.

 

박 시장은 민선 8기 1주년과 관련해 어떤 기념행사나 이벤트, 기자회견도 하지 않았다. 남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토크콘서를 하고, 직원들과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1주년을 자축하는 시간에 박 시장은 조용히 민생을 챙겼다. ‘취임 1주년 성과와 과제’ 인터뷰를 사양한 박 시장의 행보를 오랜 취재 기록 등을 기반으로 반추했다.

박상돈 충남 천안시장.

◇박상돈 천안시장은 누구

 

1979년 공직에 입문한 박 시장은 충남도와 내무부를 오가며 근무하다 1989년 만 40세의 나이에 아산군수에 임명됐다. 이후 대통령비서실(청와대)행정관, 대천(보령)시장, 서산시장 등 40대 때 충남지역 3곳에서 시장·군수를 지냈다.

 

공직을 사퇴하고 2002년 6월 천안시장 선거에 나섰으나 사무착오로 선관위에 등록대상재산에 관한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후보등록이 무효처리됐다. 본 선거에 뛰어 들지도 못하고 천안시장 꿈을 접어야 했다. 2년 뒤인 2004년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해 정계에 진출했다. 제 17대·18대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선진당 사무총장과 원내대표 등을 지내며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쳤다.

 

행정가인 그의 꿈은 천안시장이었다. 2018년 민선 7기 천안시장 선거에 다시 도전했으나 석패했다.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전임 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시장직을 상실하면서 2020년 4월 국회의원 선거와 함께 치러진 천안시장 보궐선거가 마련됐다. 국민의힘 소속인 박 시장은 당시 천안의 지역구 국회의원 3자리 모두를 민주당이 차지하는 표심속에서 민주당 후보를 간발의 표 차이로 누르는 파란을 일으키며 당선했다. 지난해 6월 치러진 민선 8기 천안시장 선거에서는 2위 후보를 15%이상의 표 차이로 재선하면서 4년째 천안시정을 이끌고 있다.

관용차 이용 대신 꽤 먼 거리를 종종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박상돈 시장. 

◇청렴 의식 기반 기부 많이 하고 장애인에 특별한 관심

 

박 시장은 40대에 임명직 시장·군수를 지내면서 근무지를 옮길때마다 당시에는 관행이었던 전별금을 모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했다. 아산군수를 마치고 대통령비서실(당시 청와대)행정관으로 발탁이 되자 거절의 뜻을 밝혔는데도 부속실 등으로 억지로 전별금을 보내 온 사람들이 있었다. 봉투를 모두 두고 오자, 돌려주기도 쉽지 않다고 난감하다는 말에 모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하도록 했다. 여기에서 시작한 전별금 기부는 대천(보령)·서산 시장을 떠나면서도 이어졌다.

 

2006년 국회의원 시절 모친상을 치르고는 형제들과 상의해 조의금 1억여원을 장애인 단체 등에 기부했다. 2002년 후보등록 무효 뒤에는 장애인단체 자문위원, 한국장애인 인권포럼 고문 등을 맡아 장애인 지원과 권익신장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1월에는 제8대 천안시장 출마를 위해 북 콘서를 열었는데 출판기념해 수익금이 발생하자 틈틈이 모아 온 급여를 더해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 후원계좌로 1억원을 입금, 고액기부자(아너소사이어티)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지난해 11월에는 장모상이 있었다. 맏사위인 박 시장은 장모 별세 직후 ‘선출직에 나선 후 시민들께서 표를 주신 것 만으로도 감사한데 부고(訃告)를 하면 부담을 드리는 것이다’며 처남과 처가 가족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조용히 장례를 치렀다. 뒤늦게 장모상을 알게 된 소수 지인들이 발인 전날 밤 찾아왔으나 부의금은 일체 받지 않고 조문(弔問)만 받았다. 장례식장을 찾은 시청 직원들에게는 ‘여러분들의 조문을 받으면 많은 사람들에게 상(喪)을 알리게 되는 결과가 될 것이다’며 조문도 받지 않고 돌려 보냈다. 심지어 비서실 직원들조차 장례식장에 못 오게 했다.

김태흠(오른쪽) 지사와 박상돈(왼쪽) 시장이 지난 2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기획재정부장관을 만나 천안 종축장 이전부지가 국가산단 후보지로 선정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천안시 제공

◇국외출장 삼가 대신 분주한 시정 행보

 

지구촌이 코로나19를 극복하면서 단체장들의 외국 출장이 잇따르고 있지만 박 시장은 국외 출장을 잘 다니지 않는다. 천안시장 재선 직후인 지난해 8월 튀르기예(터키) 뷰첵메제시로부터 7박9일간의 국제우호도시 문화·예술축제 참관 초청을 받았으나 직원들을 보내는 대신 자신을 폭염속 시민 생활환경을 살피는 선택을 했다.

 

뷰첵메제시가 박 시장을 초청한 것은 천안시가 국제춤축제연맹(FIDAF) 총재 도시이기 때문에 ‘제23회 뷰첵메제 문화·예술 축제’에 참석해 개막 연설을 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박 시장은 뷰첵메제시에 시장 선거가 끝난지 얼마 안돼 공무상 자리를 비울 수 없다는 사정을 설명하고 부시장 출장을 결정했다. 하지만 신동헌 부시장도 튀르키예 출장을 다녀온 뒤 곧바로 예정된 여름 휴가를 바로 떠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해 관계 공무원 4명이 단출하게 팀을 꾸려 출장을 다녀왔다. 박 시장은 자신을 대신해 기획경제국장이 튀르키예 뷰첵메제시에서 개막연설을 하는 시간 기온이 40℃에 육박하는 폭염속에서 원룸 밀집촌 쓰레기 배출장소를 찾아가 생활환경 정비 상황을 점검했다.

 

박 시장은 2020년 4월 취임후 지금까지 3년 3개월 동안 딱 한번 국외출장을 다녀왔다. 지난해 10월,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발을 맞춘 3박 5일간의 영국과 프랑스 외자유치 협약체결 일정이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4월과 6월 두차례, 외자유치 협약 체결을 위한 미국과 벨기에·오스트리아 출장을 떠날 수 있었으나 두 번 모두 부시장을 대신 보내 협약을 체결했다. 천안을 빵의 도시로 브랜드화하는 ‘빵빵데이’와 8월에 처음 시작하는 ‘천안 K-컬쳐 박람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박상돈 천안시장이 지난 3월 25일 천안시청 로비에서 미 육군시설관리사령부 태평양지부 험프리스 기지사령부 제프리 네이건(Jeffre M.Nagan)공보처장에게 자신이 직접 만든 호두과자를 맛보게 했다. 김정모 기자

◇‘빵빵데이’, K컬쳐박람회’ 도시브랜드화

 

박 시장은 1995년 대천시장 시절, 국내 여름축제의 최고봉인 보령머드축제 아이디어를 직접 냈다. 해마다 7월과 8월 대천해수욕장 일원에서 열리는 이 축제에는 해외에까지 널리 알려져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다. 보령머드축제는 즐기는 행사에 그치지 않고 갯벌인 머드를 활용한 지역 산업 육성으로 이어졌다.

 

박 시장은 천안시장에 취임한 후 천안이 황남빵(1939년), 군산 이성당(1945년), 대전 성심당(1956) 보다 먼저인 1934년에 시작한 호두과자의 원조도시라는 점과 전국적으로 유명한 동네빵집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2021년부터 봄 가을 1년에 두차례 ‘빵빵데이’ 빵축제를 시작했다. 3년째인 올해 3월에 열린 ‘베리베리 빵빵데이’ 행사는 시민들과 외지관광객 97%가 ‘빵의 도시 천안’ 도시브랜드화 행정에 만족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오면서 빵의 도시브랜화 전략이 성공하고 있다.

 

박 시장은 민족의 성지 독립기념관에 K-컬쳐를 입혀 천안의 귀중한 자산으로 활용하는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그 시작으로 올해 독립기념관과 함께 다음달 11일부터 광복절인 15일까지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 광장을 주무대로 K-컬쳐 박람회를 개최한다. K-컬쳐박람회의 컨셉은 ‘K-SPRIT’이다. 한국의 정신과 문화가 결합한 K-컬쳐는 어떤 것인지에 대한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보여줌으로써 우리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고 한류를 세계로 더욱 크게 뻗어가게 하는 것이다. 박람회 개최의 궁극적 목표는 체류형·시민주도형·글로벌 박람회를 통해 천안을 대한민국 글로벌 공연관광의 메카로 만드는 것이다.

 

올해 처음 시도하는 2023 천안 K-컬쳐박람회는 대중성, 역사성, 흥행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무대다. 천안시는 SONG, COMICS, MOVIE, BEAUTY를 비롯한 공연전시산업을 메인콘텐츠로 독립기념관 겨례의 집과 전시관 등을 활용해 FOOD, DRAMA, SPORTS 등 타 산업을 연결해 생산성 있는 박람회를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핵심프로그램은 k-컬쳐 슈퍼콘서트, K-프린지 페스타, K-컬쳐 어워드, K-컬쳐 포럼, K-컬쳐 마켓, 1950∼2023까지의 K-컬쳐 역사전시관이다. 박람회 기간 광활한 독립기념관 서곡 광장에서는 캠핑존이 마련돼 대규모 여름 캠핑축제가 벌어질 전망이다.

 

올해 박람회를 시작으로 해마다 계속해서 광복절을 전후해 K-컬쳐박람회를 개최한다. 천안시는 이 박람회를 2025년에는 천안 K-컬쳐아시아박람회, 2026년에는 천안 K-컬쳐 세계엑스포로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천안시의 구상대로 이 박람회가 대중성, 역사성, 흥행성을 확보하며, 국민적 관심을 모으는 천안의 새로운 빅 이벤트로 자리잡을 지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성환종축장 이전부지가 국가산단으로 지정된 지난 3월 16일, 정재택 성환종축장이전개발범시민추진위원장과 얼싸안고 기뻐하는 박상돈(오른쪽)천안시장. 김정모 기자

◇반대 급부 요구 없는 기관에서 행정 최고경영자상 수상

 

박 시장은 지난 5일 한국공공자치연구원이 주관한 ‘제28회 한국지방자치경영대상’에서 개인 부문 ‘최고경영자상’을 수상했다. 천안시는 단체 부문 ‘행정혁신 대상’을 받았다. 최고경영자상은 전국의 모든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 가운데 단 1명에게만 주어지는 상이다.  행정서비스 혁신에 기여하고 지역발전에 탁월한 성과를 창출한 지방자치단체와 기관장을 선정한다.한국지방자치경영대상은 다른 평가와 달리 공모참가비나 도서구입비, 광고비 등을 요구하지 않아 민간에서 실시하는 지자체 평가 가운데 최고의 권위와 전통을 인정받고 있다.

 

박 시장은 도시브랜드화 사업외에도 대중교통 시스템 혁신을 통한 천안형 광역환승할인제도 시행, 지역화폐를 활용한 선순환 소비경제 체계 정립, 성환종축장 이전부지 첨단국가산업단지 지정, 15개 지방산업단지 조성 및 추진, 상병수당 시범사업 도입 등 다방면에서 돋보이는 행정력과 리더십을 인정받아 최고경영자상을 받았다는 것이 천안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천안시는 올해 지역화폐인 천안사랑 카드와 연계한 택시 앱호출 서비를 통해 카카오 택시와 달리 택시사업자들이 호출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택시호출 앱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사업에 대한 시민 호응이 뜨거워 천안시 행정이 또 한번 전국적 주목을 받고 있다.

 

“천안시민 한분 한분이 빛나는 천안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그는 시간적 여유가 있을때는 종종 자전거 출·퇴근을 하며 시민들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