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가 소비되는 방식…블랙핑크, 테일러 스위프트, 콜드플레이 콘서트 [박종현의 아세안 코너]

싱가포르· 태국 등 동남아 5국 5색
사전 판매에 수 시간씩 줄 서 기다려
“콘서트 티켓 구입 위해 대출 늘려”
태국 총리 후보, 팝스타에 ‘러브콜’

코로나19 방역 해제 조치에 음악 팬들이 기뻐하고 있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지역만 하더라도 K팝 걸그룹 블랙핑크,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영국 록그룹 콜드플레이의 공연 소식에 환호성이 들렸다. 팬들 모두가 콘서트 현장을 찾을 수 없는 처지에 스타를 대하는 방식은 국가별로 다양하게 드러나고 있다. 물론 그 방식이 변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금 포착되는 모습은 2023년 7월 팬들과 외신의 눈에 비친 모습일 뿐이다.

K팝 4인조 걸그룹 블랙핑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 싱가포르 “많은 티켓을”…태국 “쿠데타 없어요. 제발”

 

콘서트와 여행을 연결시키는 ‘콘서트 투어리즘’의 강국 싱가포르는 들뜬 모습이다. 지난 5월 블랙핑크의 공연에 열광했던 팬들은 스위프트의 ‘에라스 투어’(The Eras Tour)를 기다리고 있다. 사전판매가 시작되자 팬들은 수 시간씩 우체국에서 줄을 섰다. 많은 팬들은 접이식 의자와 매트, 음식을 구비한 채 좋은 자리 확보를 위해 밤을 샜다. 사전판매에만 100만 명 이상이 몰렸다. 싱가포르에 배당된 공연 좌석은 33만8000석이다. 팬들은 ‘더 많은 좌석을 배정하라’는 글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있다. 스위프트는 2024년 3월 2일부터 4일까지 싱가포르 내셔널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펼친다.

 

싱가포르는 그나마 나은 경우다. 연립정부 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태국 전진당(MFP, 까우끌라이당)의 피타 림짜른랏(42) 대표는 SNS에 자신을 ‘스위프티’라고 소개했다. 스위프트 팬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스위트프에게 방콕에서 콘서트를 개최해 달라고 ‘러브콜’을 보냈다. 피타 대표의 글은 경쾌했다. 그가 트위터에 올려 SNS를 달군 글은 이랬다. 

 

“테일러! 당신의 열렬한 팬입니다. 지난번 쿠데타 때문에 당신이 콘서트를 취소한 뒤 태국은 이제 완전히 민주화 궤도에 올라탔어요. 우리는 선거를 통해 (이를) 이야기했고, 이제 우리 모두는 (스위프트) 당신이 아름다운 우리나라에 오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내가 ‘라벤더 헤이즈’를 당신과 같이 부를게요.”

테일러 스위프트의 콘서트 티켓 사전발매를 앞두고 싱가포르 팬들이 6일 우체국 인근에서 밤샘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로이터·연합뉴스

◆ 필리핀의 스위프트 ‘모방 가수’에 열광

 

스위프트는 2014년 6월 9일 방콕에서 공연할 예정이었다. 그해 5월 22일 군부 쿠데타가 발생하면서 공연은 취소됐다. 피타 대표의 전진당은 지난 5월 총선에서 하원 500석 중 151석을 차지해 제1당이 됐다. 예상대로라면 총리 선출은 13일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이뤄진다. 군부가 임명한 의원 250명으로 구성된 상원은 피타 대표의 총리 선출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필리핀에서 스위프트의 팬으로 사는 것은 난감한 일이다. 팬이라면 스위프트의 필리핀 투어를 기다릴 것이지만, 이 팝스타는 아시아 투어에서 필리핀을 제외했다. 팬들의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다. 썩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대안이 있기는 했다. 팬들은 스위프트를 흉내 내는 테일러 쉬쉬(Taylor Sheesh)의 립싱크 현장에 동참하기 위해 7일 마닐라 쇼핑몰을 가득 메웠다. 그녀는 스위프트의 노래를 립싱크하면서 팬들의 열광에 호응했다. 본명이 맥 코로넬인 쉬쉬는 2017년부터 스위프트를 흉내내기 시작했다. 올해 28세인 쉬쉬는 ‘에라스 투어’ 자체 버전을 수행하면서 필리핀 밖에서도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팬들은 스위프트가 2010년 발표한 3집 앨범 ‘스피크 나우’ 재발매를 축하하기 위해 4시간 넘게 기다렸다. 스위프트는 자신의 SNS에 “여기 있다. 이것은 당신의 것이고, 나의 것이며, 우리의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그러면서 “이 앨범은 18세에서 20세 사이 젊은 여성으로 살았던 변덕, 환상, 가슴앓이, 드라마, 비극에 대해서 혼자 쓴 것”이라고 했다.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재발매 앨범 ‘스피크 나우’의 표지 이미지. 리퍼블릭레코드 제공·AP연합뉴스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를 흉내내는 필리핀 가수 테일러 쉬쉬가 7일 마닐라에서 팬들의 열광 속에 공연하고 있다. 마닐라=AFP연합뉴스

◆ 베트남 “블랙핑크 최고”… 인니에서는 ‘콘서트 대출’

 

사상 처음으로 7월 29~30일 블랙핑크의 공연을 앞둔 베트남도 열광적인 흐름이었다. 팬심은 달아올랐다. 기획사가 올린 월드투어 안내 포스터에 ‘구단선’이 반영된 남중국해 지도가 표기되면서 일부 반전이 이뤄지기는 했다. ‘본 핑크’(BORN PINK)의 추가공연 즈음해 ‘남중국해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베트남 문화부는 공연 기획사 'iME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구단선은 중국이 남중국해에 그은 9개의 가상의 해안 경계선이다. 이 경계선 안쪽이 모두 자국의 영해라는 게 중국의 주장이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 중국과 영유권 갈등을 겪고 있는 동남아 여러나라는 중국의 이같은 주장을 배척하고 있으며, 국제 상설재판소도 2016년 중국의 주장에 대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결한 상태다. 

 

앞서 베트남에서는 블랙핑크가 처음으로 공연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자,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6월 26일 블랙핑크의 하노이 공연이 YG엔터테인먼트의 발표로 알려진 직후부터 베트남 K팝 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환영의 폭발음’이 발산된 것이다. 팬들은 SNS 등에서 “블랙핑크가 그룹 결성 이후 7년만에 처음으로 베트남에서 공연을 펼친다”며 “한없이 기쁘다”고 환영했다.  

5일 덴마크 코펜하겐 파르켄 스타디움에서 열린 영국 영국 록그룹 콜드플레이의 공연에 팬들이 환호하고 있다. 코펜하겐=AP연합뉴스

11월 콜드플레이의 공연을 앞둔 인도네시아에서는 최근 온라인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5월 인도네시아 온라인 대출 잔액은 1년 전보다 28% 증가한 34억 달러를 기록했다. 감독 당국이 불법 대출과 부실 대출에 경고 목소리를 내놓기까지 했다. 블룸버그는 “코로나19 방역 조치 해제 이후 지난 3월 블랙핑크에서 11월 콜드플레이에 이르기까지 콘서트가 이어지고 있다”며 “대출증가에는 콘서트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금융전문가는 블룸버그에 “생활용품과 의류 등을 구매하기 위해 온라인 대출을 늘리고 있지만, 최근엔 콘서트 티켓 구매를 위해 대출을 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고 밝혔다.